텍사스 폭염에 전력 공급 비상…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등 긴장

당국, 한때 비상경보 발령…주민들에게 “절전해달라” 거듭 촉구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텍사스주에서 폭염이 3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전력 상황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등 현지에 나와 있는 한국 기업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지난 6일 오후 7시 25분에 에너지 비상경보 2단계를 발령하고 비상 운영에 들어갔다.

ERCOT는 전력망 시스템의 예비 전력이 부족해지면 세 단계에 걸쳐 비상경보를 발령하며, 이 가운데 2단계는 운영 예비 전력이 1750㎿ 아래로 떨어지고 30분 이내에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하는 조치다. 이 상태에서 발전기를 돌려 추가 전력 공급이 불가능해지면 지역별로 전력 공급을 일시 차단하는 순환 정전을 실시할 수 있다.

파블로 베가스 ERCOT 최고경영자는 6일 저녁 비상 상황에 대해 “높은 전력 수요와 낮은 풍력 발전량, 일몰 시간대의 태양광 발전량 감소로 인해 전력망의 운영 예비 전력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일 텍사스의 전력 수요는 8만2705㎿로, 역대 9월 수요로는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ERCOT는 전했다.

ERCOT는 7일에도 전력 공급량이 빠듯하다며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전기를 절약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ERCOT는 “현재 비상 상황인 것은 아니지만, 오후와 저녁 시간까지 계속되는 고온과 높은 전력 수요, 풍력과 태양열 발전량 감소로 인해 예비 전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지했다.

텍사스주에 공장을 설립해 가동 중인 한국 기업들은 전력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오스틴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는 2021년 2월 겨울 폭풍으로 텍사스에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약 3일간 전력 공급이 중단돼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큰 피해를 봤다. 당시 정전으로 인한 손실은 3천억∼4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에서는 지난 6월 중순부터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시작되면서 전력 수요가 폭증해 당국이 전력망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국에 따르면 올여름 들어 텍사스의 전력 수요는 최고 기록을 10차례나 경신했다.

게다가 9월 들어서도 더위가 누그러지지 않고 여전히 오스틴 등 대부분 지역에서 섭씨 40도를 찍고 있어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의 대변인은 블룸버그 통신에 “올여름 기록적인 고온이 지속되는 동안 텍사스는 전력 시스템 전반에 걸친 문제나 중단 없이 주민들에게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며 전날의 비상 상황이 해결된 것을 ‘승리’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