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몰아낸 뉴욕주 검찰총장, 주지사 출마

쿠오모 기소 다음날 선언…호컬 주지사와 양자구도

앤드루 쿠오모 전 미국 뉴욕주지사의 몰락 과정에서 결정타를 날렸던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이 29일 뉴욕주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로써 내년 뉴욕주지사 선거는 쿠오모 전 주지사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은 캐시 호컬 현 주지사와 제임스 총장의 ‘흑백’ 여성 대결 구도를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제임스 총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난 모든 뉴욕 주민들을 대표해 힘있는 자들과 맞설 경험, 비전, 용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뉴욕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단순한 원칙에 따라 사회 생활을 해왔다. 그것은 바로 약자들을 대변해 강자들에 저항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시 브루클린 출신의 제임스 총장은 뉴욕주에서 주 단위 고위직에 오른 첫 번째 흑인 여성 정치인이다.

만약 내년 선거에서 승리하면 미 역사상 첫 번째 흑인 여성 주지사가 될 수 있다.

주 검찰을 이끌면서 미 최대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 해산을 추진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것은 물론 쿠오모 전 주지사의 성추행 스캔들을 조사해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제임스 총장이 외부 변호사들에게 의뢰한 성추행 스캔들 조사 보고서는 쿠오모 전 주지사가 전·현직 보좌관 11명을 성추행 또는 희롱했다는 혐의를 상세히 폭로해 큰 충격을 줬다. 의혹을 부인하던 쿠오모도 결국 보고서 발간 후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자진 사임했다.

마침 제임스 총장의 출마 선언은 쿠오모 전 주지사가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를 두고 쿠오모 전 주지사 측은 제임스 총장이 주도한 성추행 스캔들 조사가 정치적 의도를 담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임스 총장은 흑인 유권자와 진보 성향 유권자를 중심으로 탄탄한 지지 기반을 갖추고 있으나, ‘현직 프리미엄’을 누리는 호컬 주지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민주당 주지사협회와 유력 여성단체, 뉴욕주의 유력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공개 지지를 얻어낸 호컬 주지사는 최근 뉴욕시 유권자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뉴욕주 서북부 버펄로 출신인 호컬 주지사는 최대 도시인 뉴욕시 정치 기반이 약한 편이다.

또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롱아일랜드를 지역구로 둔 톰 스워지 하원의원도 주지사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 중이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 8월 기자회견하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