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수감사절 식탁도 바꾼다

대규모 친척 회동보다 단출한 가족 모임 증가 전망

“대형 칠면조 대신 특정부위ㆍ소형제품 수요 늘 것”

몇달전 수요 예측해 사육 시작하는 농장손실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추수감사절 식탁 풍경이 변하면서 칠면조 농장에 비상등이 켜졌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난 50년간 꾸준히 증가해온 칠면조 수요에 제동을 걸며 명절 풍경이 영원히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추수감사절에 친척끼리 모여 저녁 식사로 칠면조 요리를 즐긴다. 커다란 칠면조 한 마리를 가족과 나눠 먹는 모습은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풍경이다.

실제로 농부무(US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의 칠면조 소비량은 1인당 16파운드(약 7㎏)에 달했다. 이는 1인당 8파운드로 집계된 1970년에 비해 2배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칠면조 생산 규모는 43억 달러(약 4조9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육가공 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에는 감염 우려로 대규모 회동 대신 직계가족 간 단출한 식사가 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칠면조도 한 마리 전체보다는 특정 부위 제품, 혹은 크기가 작은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설명했다. 소박해진 가족 모임에서 대형 칠면조 요리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탓이다.

이런 상황은 칠면조 농장들에 치명적이다.

이들은 특정 시점에 고객이 원하는 크기의 제품을 출하할 수 있도록 수개월 전부터 칠면조를 사육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해 대다수 농장이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지 못해 평년과 같은 수준으로 대형 칠면조 수급을 준비한 것이다.

오하이오주 뉴 칼라일에서 7만마리 규모의 칠면조 사육장을 운영하는 드루 보먼은 WP에 “올해 소비자 선호도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미 사육하기 시작한 칠면조들의 성장을 늦출 방도가 없다고 토로했다.

병아리 비용, 사룟값, 포장비용 등 사육장 운영비는 주로 고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칠면조 업계는 상당한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WP는 진단했다.

도살장 내 집단발병 가능성도 업계로선 우려 요인이다.

보먼은 칠면조 도살은 수작업에 크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개체마다 크기 등 신체 특성이 달라 내장손질, 열탕작업 등 작업을 표준화된 기계에 맡길 수 없는 탓이다.

이는 도살장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하면 작업이 전면 중단될 위험도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병 이후 육가공 업체에서 대규모 집단발병이 일어나 미처리 가축을 살처분한 사례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은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로, 올해는 11월 26일이다.

지난해 추수감사절 당일인 11월 25일 워싱턴DC에서 대통령 사면을 기다리는 칠면조 두 마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