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성탄절…미국 “가장 가난한 연휴”

빈곤율 두 자릿수로 치솟고 저소득층 취업률 하락…술 소비는 증가

교통·오락 지출 줄어…메이저리그 관중·뉴욕 브로드웨이 관람 ‘0명’

“인구 5%대의 전염병 감염, 두 자릿수 빈곤율, 메이저리그 관중 0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에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은 미국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AP통신은 “미국인들은 충격적인 숫자의 물결에 잠겨버렸다”며 소름이 끼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경제적으로 가장 궁핍한 연말 연휴를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865만명으로 3억3000만명 수준인 인구의 5%대에 해당한다. 사망자는 32만9000명으로 0.1% 수준이다. 미국은 전 세계 확진자의 23%, 사망자의 19%로 각각 1위를 차지하며 오명을 쓰고 있다.

악시오스는 “9개월간 전염병 대유행은 미국인과 중소기업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도록 만들었다”며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한 이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구체적으로 올가을 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13%가량인 2700만명이 직전 한 주간 충분한 음식을 얻지 못했다는 결과가 있다. 이는 지난해 조사 때의 4배 수준에 해당한다.

지난주 한 조사에서 미국의 빈곤율은 11.7%로 작년보다 2.4%포인트 늘었는데, 이는 60년만에 최대 증가 폭이었다.

다른 조사에선 1200만명이 내년까지 평균 5850달러의 렌트와 유틸리티를 체납할 것이라는 결과도 있었다.

AP에 따르면 지난 1월과 대비한 취업률은 저소득 노동자가 20.3% 감소한 반면 고소득 노동자는 0.2% 증가해 소득계층 간 대조를 보였다.

여전히 문을 닫은 스몰비즈니스 비중은 28.8%였다.

실직, 재택, 여행 감소로 미국인의 운전거리는 지난 8월까지 353억마일(568억㎞) 감소했다. 이는 지구를 140만번 넘게 돌 수 있는 거리다.

또 3월부터 7월까지 미국 국내선 탑승객 수는 2억7200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했다. 국제선 항공업계의 손실액은 1185억달러(130조원)에 달한다.

여행과 이동이 줄다 보니 미국인의 교통 관련 지출은 1월에 비해 50.9% 감소했고, 식당과 호텔에서의 지출 역시 36.6% 줄었다.

오락과 레크리에이션 관련 지출은 무려 64.3% 감소했다.

지난해의 경우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 시즌 때 2430번의 경기가 열렸고 6849만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올해 메이저리그 경기 횟수는 898번으로 줄었고,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바람에 관중은 0명이었다.

3월 첫 주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쇼를 본 사람은 25만3000명이었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면서 3월 중순 이후 관람객은 0명이다.

반면 술 소비는 늘었다. 전염병 대유행 기간 주류 판매액은 625억달러로 21.8% 증가했고, 특히 지난 9월 온라인을 통한 술 판매는 256% 급증했다.

푸드뱅크에서 무료식료품을 받기 위해 대기중인 차량 행렬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