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오후에 맞아야 항체 반응 더 강해진다”

 하버드의대 연구진 “인플루엔자 백신과 반대…면역 약한 노약자 등 적용 필요”

24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인간의 생체시계는 여러 측면에서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감염 질환과 백신 반응도 생체 리듬에 영향받을 것으로 추측한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백신을 맞았을 때 나타나는 항체 반응 수위가 접종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념 증명이란 시장 도입을 앞둔 신기술을 검증하는 목적으로 특정 방식이나 아이디어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걸 말한다.

매사추세츠 제너럴 호스피털(MGH)의 엘리자베스 클레르만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4일 시간 생물학 전문 학술지 ‘저널 오브 바이오로지컬 리듬'(Journal of Biological Rhythms)에 논문으로 실렸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클레르만 박사는 하버드의대의 신경학 교수이자 MGH의 신경생리학·수면 부서 연구원이다.

사실, 질병의 증상과 의약품의 체내 작용이 생체시계의 영향을 받는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일례로 폐 질환자는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증상이 더 심해지고 호흡 기능도 달라진다.

일부 암 화학 치료제의 경우 특정 시간대에 투여하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면서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은 덜 보인다.

배양 세포에서 빠져나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적색).
배양 세포에서 빠져나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적색).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 재판매 및 DB 금지]

클레르만 박사팀은 영국의 감염 방지 프로그램에 등록된 보건 분야 종사자 2천19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에 나타나는 항체 수치를 검사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분석 모델을 이용해, 접종 시간대와 백신 유형(화이자의 mRNA 백신 또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아데노바이러스 백신), 연령, 성별, 접종 후 경과 일수(日數)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들 변수는 모두 항체가(antibody titers)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분석 결과, 대체로 오후에 백신을 맞은 사람에게서 더 높은 항체 반응이 나타났다.

또 아데노바이러스 백신보다는 mRNA 백신을 맞은 사람이, 남성보다는 여성이, 나이가 많은 사람보다는 적은 사람이 더 강한 항체 반응을 보였다.

주목할 부분은 남성 고령자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백신의 면역 반응을 검사한 이전의 연구 결과와 반대라는 것이다.

당시 연구에선 오전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은 피험자의 항체가 더 높게 나왔다.

클레르만 박사는 “코로나19 백신과 인플루엔자 백신은 작용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다”면서 “아울러 인간의 면역계가 이전에 병원체를 만난 적이 있는지, 아니면 처음 만났는지에 따라 항체 반응도 크게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간의 면역계에 익숙한 것이지만 코로나19는 말 그대로 ‘신종’이어서 낯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실험 그룹의 규모 등에서 한계를 안고 있다.

하지만 후속 연구를 거쳐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면 코로나19 백신의 최적화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클레르만 박사는 “특히 면역력이 약해진 고령자 등이 부스터 백신을 맞을 땐 접종 시간을 오후로 잡는 게 좋다”라면서 “하지만 환자에게 이런 권고를 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