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 노인보다 젊은층 먼저 맞아라?

국립학술원(NASEM) 코로나19 백신 배분방법 제안

“고령자 위해 무증상 전파력 높은 젊은층 먼저 접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최종 임상 단계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선 고령자들보다는 젊은 학생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전체적인 공중 보건 측면에서 봤을 때 젊은 층의 왕성한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것이 오히려 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는데 더 큰 효과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립학술원(NASEM)은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요청에 따라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배분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으며 해당 보고서는 지난 이달 초 ‘미국 국립학술원 학회지(National Academies Press)’에 게재됐다.

이번 미국 국립학술원의 연구·검토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와 남가주대(USC)에서 수십 년간 보건 경제학 및 역학을 연구했던 교수 회원들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코로나19에 최초로 대응하는 사람들과 의료 종사자들이 최우선 순위를 가져야 한다고 권장했다. 또한 공동생활을 하는 고령자들도 첫 번째 예방접종에 들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필수인력 접종 후엔 전파력 높은 층에 접종 후 취약계층 접종해야

연구진은 백신 접종은 △필수 인력 △바이러스 전파가 많은 계층 △취약계층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고령자들보다 젊은 층을 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 성인들의 무증상 전파 확산으로 학교와 대학들이 폐쇄되고 주변 사회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연구진은 2009년 당시 유행했던 H1N1 독감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H1N1유행은 당시 전 세계적으로 약 50만명이 사망했으며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기도 했다.

H1N1 백신은 2009년 가을에 개발됐으나 첫해 1600만도스(1도스는 1회 접종량)만 공급이 가능했다. 전국에 백신을 분배한 CDC는 우선순위를 정해 백신을 할당했다.

CDC는 각 주별로 인구에 비례해 백신을 할당했으며 이후 고위험군과 영유아 그리고 고령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해 백신을 공급했다.

◇젊은 무증상 전파자들 예방이 고령자 보호효과 커

그러나 연구진은 이후 연구에 따르면 젊은 층 사이의 확산을 통제하는 것, 특히 학령기 아동들의 조기 예방 접종이 결과적으로 고령자들을 보호하는 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특히 무증상으로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람들이 초기에 예방 접종을 할 경우 다른 사람들과의 다중 감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7월 CDC의 발표에 따르면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대규모 전파자들의 최대 40%가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무증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 전파자 고령자는 소수…대부분 젊은층

코로나19의 슈퍼 전파자들 중 고령자들은 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사회생활을 하려는 욕구가 큰 젊은 사람들이 학교 등 여러 장소에서 전파를 일으킨다.

연구진은 “젊은 사람들 중에는 광범위한 사교활동으로 코로나19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들이 있다”며 “이 젊은 사람들은 또한 사망위험이나 중증으로 발전할 확률도 훨씬 낮아 다른 이들에게 계속 감염시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특히 15~25세 연령층에서 감염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는 다른 신호일 가능성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최근 미국 USC대학의 한 동아리에서만 최소 40명이 감염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어린 소아 아동들도 이와 비슷하다. 미국 소아과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30일까지 미국에서만 최소 33만8000명의 어린이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중 4분의 1은 최근 2주 동안 보고된 사례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는 18~34세 사이의 사람들이 코로나19 확진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는 보고도 있다.

연구진은 “비록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에 대한 논의가 정치적으로도 치열할 것으로 예측되나 가장 유익한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보다는 코로나19 전파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우선 접종해야 한다”며 “이 전략이 직관에 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여러 증거가 올바른 접근 방식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실험용 백신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