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매년 또 걸리는 감기처럼 진화하나

오미크론, 이전 감염 면역·백신유도 면역 모두 회피 가능성

3대 의문점 가운데 중증·사망 야기 여부 ‘관건’으로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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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알려진 지 열흘도 안 된 코로나19 새 변이주 ‘오미크론’이 6대주 36개국에서 검출되면서 관련 3대 의문인 △전염력 △면역 회피 가능성 △중증 야기 여부를 알아내는 게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전염력에 대해선 이미 빠른 전파 속도가 수치로 입증되는 가운데, 이전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과 백신 유도 면역을 모두 회피할 가능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통상 감기는 전염력이 높고 빠르게 진화해 면역을 회피, 매년 걸리게 되지만 다른 합병증으로 번지지 않는 이상 중증을 야기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

이에 오미크론 관련 마지막 남은 의문인 중증·사망 야기 여부는 ‘코로나가 가벼운 감기처럼 진화했는지’를 판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전 세계 보건 전문가들을 모아 3대 의문 관련 연구·분석을 진행 중으로, 초기 결과를 며칠 내로 발표하고, 수주 내로 결론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이전 감염 면역’ 회피…재감염률 델타의 3배

남아공 역학모델링·분석센터(SACEMA)와 국립전염병연구원(NICD) 연구진은 2일 의학논문사전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 게재 논문을 통해 “오미크론은 이전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을 회피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오미크론이 출현하기 전으로 추정되는 기간(11월 27일부터 최소 90일 전)에 기존 코로나(SARS-CoV-2) 양성 판정을 받은 279만6982명을 대상으로 재감염률을 추적한 결과, 3만5670명이 재감염 의심자로 분류됐다.

남아공에 2차 유행을 일으킨 베타 변이의 경우 재감염 추정 위험 비율(hazard ratio)이 1: 0.75, 델타의 경우 1: 0.71이었다면, 오미크론이 확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11월 1일~27일)의 재감염 추정 위험 비율은 2.39로 나타났다.

남아공은 기존 코로나 누적 확진자가 많고, 최근 오미크론 감염자도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남아공의 데이터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백신제조사들의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6000만 규모 남아공의 코로나 누적 확진자는 300만 명 정도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남아공 최대 민영 건강보험기업과 보건 전문가들은 이미 전체 인구의 약 70%가 코로나에 감염됐던 걸로 추산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NICD가 남아공 전국에서 수집된 바이러스 게놈(유전자) 중 일부인 249개를 시퀀싱한 결과 74%가 오미크론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진은 “오미크론이 백신유도면역도 회피하는지 여부와, 중증·사망을 야기하는지는 긴요한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아직 피어 리뷰(동료 검토)를 거치진 않았다.

◇네덜란드·독일·일본 ‘돌파감염’…이스라엘선 부스터샷까지 맞고도 걸려

코로나에 걸렸다 완치된 뒤 또 감염되는 ‘재감염’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남아공 연구진이 증명했다면, 백신을 완전히 맞고도 감염되는 ‘돌파감염’ 위험이 높을 가능성은 각국에서 실증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지난주 남아공에서 수도 암스테르담 소재 스키폴국제공항으로 들어온 뒤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은 14명이 모두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6일 남아공에서 온 600명 이상의 승객들은 당시 규정에 따라 입국 즉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다. 이 중 62명이 양성판정을 받고, 14명은 오미크론 감염자로 분류된 것이다. 양성 62명 가운데서도 90%는 백신 접종 완료자였다.

독일에서도 백신 접종을 마쳤는데도 오미크론 변이에 돌파 감염된 사례가 4건이나 나왔다. 지난 1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마친 4명이 검사 결과 오미크론 변이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 중 3명은 지난달 26일과 27일 각각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출장을 다녀왔으며, 나머지 1명은 귀국자 중 1명의 가족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달 30일 부스터샷까지 맞고도 오미크론에 돌파 감염된 사례가 보고됐다. 이스라엘 시바 메디컬 센터는 런던 학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1명을 포함해 총 2명의 의료진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병원 측은 2명의 의료진 모두 3차례 백신 접종인 부스터샷을 마친 상태였으며 아직까지는 가벼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엿다. 이어 병원 측은 영국 학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의료진이 동료 의료진을 감염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이들 외에 오미크론 확진자가 2명 더 나왔다. 이 중 1명은 아프리카 말라위 여행객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 발생한 2번째 오미크론 확진자 역시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NHK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페루에서 카타르 도하를 경유해 일본 나리타 공항으로 입국한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는 지난 10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마쳤지만 오미크론에 감염돼 발열과 인후통을 호소,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관련 의문점이 밝혀지는 데에는 2주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높은 전파력과 면역 회피 가능성은 이미 수치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

결국 코로나19의 가장 최근 형태의 주요 변이인 오미크론이 ‘과연 가벼운 감기처럼 진화된 코로나바이러스의 모습일지’에 대한 해답은 중증·사망 야기 여부를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미크론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남아공과 보츠나와 의료진에 따르면, 아직까지 확진자들 사이에서 중증과 사망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증상도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긴 하지만, 마른기침과 식은땀, 발열 등 비교적 가벼운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