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후각·미각 상실 20%, 아직 회복 안돼

5명 중 4명 6개월 내 회복… 40세 미만일 수록 회복 확률 높고 빨라

40세 미만은 고령자들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후각 상실을 회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가 미국에서 공개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 5명 중 4명이 6개월 이내에 감각을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11일 미국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교(VCU) 병원 후각및미각장애센터 연구팀은 이같이 말하며 해당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 이비이인후과 학술지(American Journal of Otolaryngology)’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후각 상실을 경험한 18세 이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코로나19 감염 6개월 후 연령에 관계없이 환자 798명 중 634명(79.5%)이 후각을 회복했다.

또 40세 미만 환자들의 회복이 40세 이상에 비해 빨랐다. 798명 가운데 40세 미만 457명 중 83.2%가 6개월 내에 후각을 회복했지만 40세 이상 341명 중 후각을 회복한 환자들은 74.5%였다. 각 참가자들이 복용했던 약물의 숫자나 특정 약물의 사용은 후각 회복과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다만 코로나19 회복 환자가 경험했던 증상과 기존 건강 상태는 후각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감염 전 머리에 부상 및 관련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후각을 회복할 가능성이 낮았다. 또 코로나19 투병 기간 중 호흡 곤란을 겪었던 환자들 또한 회복 가능성이 떨어졌다. 특이한 점은 기존에 코막힘이 있었던 사람들은 후각을 회복할 가능성이 더 높았다.

에반 레이터 VCU병원 후각및미각장애센터 센터장 겸 이비인후과 교수는 “비충혈(코막힘)이 있는 피험자들의 경우 단순히 코막힘으로 냄새 흡입이 힘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부는 실제로 바이러스로 인한 신경 손상으로 후각을 상실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동일집단(코호트) 관찰 결과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환자들 중 약 80%가 돌아왔지만 나머지 20%도 여전히 많은 수”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전 세계 누적 코로나19 환자 수는 2억3659만9025명이다. 이번 연구팀의 분석 결과를 반영할 경우 최소 2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코로나19를 앓고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후각 또는 미각을 상실한 뒤 회복되지 않았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후각상실, 안전위험 등 생활에 영향…43%는 우울감 호소

연구팀은 또한 이러한 후유증이 지속되면서 환자들의 삶의 질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참가자들의 43%가 우울감을 느꼈으며 56%는 후각 또는 미각 상실로 전반적인 삶의 즐거움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참가자들이 꼽은 삶의 질 하락의 이유로는 음식으로 인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이 87% 였으며 후각 상실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했다는 답변도 45%나 보고됐다. 그밖에 식욕상실(55%)과 의도치 않은 체중감소(37%)를 문제로 제기한 답변도 있었다.

다니엘 코엘류 VCU병원 이비인후과 및 두경부외과 교수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더 많은 점을 배울수록 이러한 증상을 관리하는 법에 대해 더 좋은 조언을 할 수 있다”며 “연구를 통해 코로나19가 삶의 질, 안전, 장기적인 건강 및 웰빙에 미치는 위험에 대한 더 명확한 그림을 얻고 치료에 대한 답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후각신경 회복 위해 향기치료 권유…”저렴하고 위험 적어”

레이터 교수는 후각상실 환자들에게 에센셜 오일을 이용한 후각 훈련이 도움될 수 있다며 “비용이 저렴하면서 위험이 적어 환자들에게 권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후각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국제 후각임상워킹그룹(Clinical Olfactory Working Group) 또한 2021년 초 코로나19로 후각을 잃은 환자들에게 향기치료를 권했다. 이를 통한 후각 훈련이 신경 손상 회복을 촉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콜로라도 및 시애틀 어린이 병원에서 후각 장애를 겪는 소아 코로나19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향기치료를 도입하기도 했다.

◇”감염병 예방,수백 파운드 치료 가치 있다”

한편 연구팀은 이러한 감각상실 등의 가능성에 대비해 코로나19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레이터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WHO가 강조하는 백신 예방접종, 마스크 착용, 손위생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단순한 모든 것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코로나19에 걸리면 질병의 진행이나 심각성에 손쓸 방법이 없다보니 이러한 장기적인 후유증을 방지하기 위해선 애초에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최소화해야 된다”며 “아직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예방은 수천파운드(수백만원)의 치료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19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중환자실(ICU)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이 주의 ICU 환자 3명 중 1명은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