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겨울폭풍에 드러난 리더십

텍사스 주지사, 한파 속 전기·수도 끊기자 “친환경 에너지 탓”

쿠오모, 코로나 사망자 누락 의혹…캘리포니아, 주민소환 직면

코로나19 사태와 겨울폭풍 등 미국을 덮친 대형 위기가 한때 전도유망했던 주지사 3명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CNN 방송이 19일 보도했다.

논란의 주인공은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대형 주를 이끄는 이들은 모두 2022년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나 겨울폭풍으로 인한 기록적 한파와 단전·단수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정책적 판단이나 관리감독, 대비 태세에 실책이 있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CNN은 이처럼 거센 비판이 대형주 유명 주지사들의 더 커진 책임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4년이 이런 경향에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가장 긴급한 문제와 관련해 지방 분권적 접근을 옹호하고, 주지사들 스스로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하도록 책임을 격상시켰다는 것이다.

가장 최근 구설에 오른 이는 애벗 주지사다. 텍사스주에서는 기록적 한파와 폭설이 덮친 가운데 전기와 수도 공급이 끊기면서 주민들은 왜 이런 인프라(사회기반시설)가 극한의 기후에 대비돼 있지 않았는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전력망이 거의 붕괴하다시피 하면서 애벗 주지사는 이 주의 자유방임주의·반(反)규제 정신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화신으로 떠올랐다고 CNN은 지적했다.

텍사스 주민들은 전력이 끊기자 난방을 위해 가구와 나무 울타리를 땔감으로 써 불을 피우고 있다. 여기에 보태 주민 1300만명에게는 수돗물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물을 끓여 마시라는 경보가 내려졌다.

이런 가운데 애벗 주지사는 폭스뉴스에 나와 풍력·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번 대규모 단전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해 비판했다. 그러나 텍사스주의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가 천연가스 공급 문제가 단전의 주된 원인이라고 밝히면서 애벗 주지사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 악화했다.

쿠오모 주지사와 뉴섬 주지사는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지휘해 갈채를 받았으나 이제는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쿠오모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꼼꼼한 데이터 해석에 사태의 핵심을 압축적이고 비유적인 한두 문장에 담아 전달하는 브리핑을 매일 열며 전국적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 요양시설의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고의로 누락해 집계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뉴욕주 레티샤 제임스 검찰총장은 주 보건국이 이 사망자들을 약 50% 과소집계했다고 폭로한 뒤, 브루클린 연방 지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이 데이터 처리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뉴욕주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공격의 수단으로 삼을까 봐 사망자 집계를 지연해 집계했지만 이를 축소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주민소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이 소환 운동은 뉴섬 주지사의 자택 대피령과 사업체 영업 중단 조치가 중소기업을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더디게 했다며 그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 역시 미국 주 중 가장 앞장서 자택 대피령을 내리는 등 신속·과감한 대처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작년 11월 방역 수칙을 어기고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열린 로비스트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위선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스캔들로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었고, 주민소환 운동에는 탄력이 붙었다.

CNN은 “이들 세 주지사의 인지도는 그들이 계속해서 마이크 앞에 섰던 지난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높아졌다”며 “하지만 그렇게 높아진 인지도는 이제 그들의 과실과 잠재적 함정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주지사들에게 이번 위기가 노출한 소득 격차와 식량 안보의 부재, 보건 불평등, 보건의료 체계의 비효율성 같은 만연한 문제들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