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필름, ‘트럼프 대출’ 받아 제약사 변신

트럼프 행정부 ‘의약품 해외의존도 줄이기’ 강조

업종 변경해 제너릭 의약품에 필요한 원료 생산

사진 필름으로 유명했던 130여년 역사의 이스트먼 코닥(Eastman Kodak)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미국 정부의 자금 대출을 받아 제약사로 변모하게 됐다.

코닥은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로부터 7억6500만달러(약 9200억원)의 대출을 받아 ‘코닥 파마수티컬즈(Kodak Pharmaceuticals)’를 출범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 등이 28일 보도했다.

대출을 주관한 DFC는 그동안 주로 개발도상국 인프라 건설을 지원했으나 지난 5월 국방물자생산법에 의거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약 물자의 생산에도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외신들은 이번 대출이 제약 부문에서 미국의 해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전 세계 유통되는 의약 원료의 40%는 미국인 대상 제네릭 의약품 생산(특허만료 약물의 복제약)에 쓰이지만 10%만이 미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특히 코닥에 대한 이번 자금 지원은 국방물자생산법에 따른 첫 대출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코닥은 앞으로 제너릭 의약품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약 제조 시설을 다시 미국으로 데려오는 데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말했다.

1888년 설립된 코닥은 한때 사진 필름과 카메라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는 세계적인 기업이었으나 스마트폰을 비롯한 사진 영역의 디지털화 추세에 뒤처지면서 2012년 파산신청까지 했다.

특히 코닥은 1975년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하고도 이를 상업화하는 데 실패해 시대 흐름을 놓쳐 망한 기업 사례로 자주 거론돼왔다.

코닥은 파산을 거쳐 얼마 전까지 인쇄기, 특수 필름 등 사업에 집중했고 최근 몇년간은 제약 원료물질을 만들어 왔다.

코닥의 최고경영자(CEO)인 짐 컨티넨자는 앞으로 제약 부문이 전체 회사 사업의 30~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닥의 제약 사업에 미국 정부의 대출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이날 코닥 주가는 7.94달러로 전날 종가(2.62달러)의 3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닥사가 발표한 APS 카메라와 전용 필름”어드밴틱스” 1996.2.2 <저작권자 ⓒ 2002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