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주의회, 한국 국회 닮았네

여성의원, 대리투표 불허에 우는 젖먹이 안고 등원

민주-공화 욕설까지 하며 정쟁…법안 처리도 불발

출산 휴가 중이던 미국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주의회에 대리투표를 요청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1개월 젖먹이 딸을 안고 등원했다.

버피 윅스 의원(민주·오클랜드)은 1일 코로나 대리 투표가 불허되자 태어난 지 한 달이 갓 지난 딸을 품에 안고 새크라멘토 주의회 의사당으로 출근해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고 2일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이 보도했다.

지난 7월 26일 딸을 낳고 출산 휴가 중이던 윅스는 주의회 회기 마지막 날 자신이 지지하는 주택 법안에 찬성표를 던지기 위해 주의회에 대리 투표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앤서니 렌돈 하원의장은 윅스의 요청을 거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입한 대리투표 요건에 출산 휴가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윅스는 대리투표가 좌절되자 딸을 안고 지역구인 오클랜드에서 출발해 주의회 의사당이 있는 새크라멘토로 향했다.

우는 아이를 보자기에 감싼 채 등원한 윅스는 찬반 토론에서 “제발 주택법안을 통과 시켜 달라”며 “(법안이 처리되고 나면) 딸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일을 마저 끝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윅스가 처리를 요청한 법안은 캘리포니아주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단독주택 부지에 2층 주택이나 2채의 단독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윅스가 아이를 안고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자 대리투표 불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렌돈 하원의장은 “여성의 정치 참여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라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하원의장 사과까지 이끌어낸 ‘의원맘’의 등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택법안 처리는 불발됐다.

캘리포니아주 상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정쟁을 벌이면서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과 의원 출석 요건을 둘러싼 양당의 충돌로 주택법안뿐만 아니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발의된 경찰개혁 법안 등 수십 개의 주요 법안도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주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은 코로나19에 걸린 동료 의원과 접촉했던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의회 출석을 막았고, 공화당은 민주당이 방역을 정치에 이용한다면서 법안처리 지연 작전을 펼쳤다. 공화당 일부 의원은 막말까지 쏟아냈다.

폴리티코는 “갓난아기와 욕설 의원까지 등장한 캘리포니아주 의회가 혼돈 속에서 막을 내렸다”고 촌평했다.

1개월 갓난아기를 안고 등원한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