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의 나라, 필리핀 교도소 황당 실태

술·마약에 구렁이·월풀욕조까지…뮤직스튜디오에 수감자가 교도관 역할도

필리핀 최대 교도소 단속 과정에서 오만가지 금지 물품이 쏟아져나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고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필리핀 당국이 마닐라 뉴 빌리비드 교도소 단속을 벌인 결과 흉기와 술, 마약, 도박 물품 등 금지 물품 수만 건이 발견됐다.

그뿐만 아니라 교도소에서는 말이나 싸움닭, 구렁이 등 동물들까지 불법적으로 길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단속에서는 일부 부유층 수감자들이 럭셔리 빌라와 스파욕조, TV, 스트립바 등을 교도소에 들여 호사를 누리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줬다.

한 수감자는 심지어 교도소 내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사랑 노래를 녹음해 앨범을 냈고, 1만5000장이 팔려나가기도 했다.

서던일리노이대 범죄학 교수 레이먼드 나라그는 교도소 과밀로 정상적인 수감자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뉴 빌리비드에는 현재 적정 수용 인원인 6000명을 훌쩍 넘는 2만9000명이 수감돼 있어 사실상 수감자 100명을 교도관 1명이 관리하는 수준이다.

빌리비드 교도소에서 발견된 말
빌리비드 교도소에서 발견된 말 [Michael Joe Delizo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감자들 스스로 일종의 계급구조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고, 그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게 됐다.

특히 일부 수감자들은 교도소 열쇠를 관리하는 것을 비롯한 교도관의 기본적인 역할조차 할당받고 있는 황당한 실정이다.

또 수감자들은 돈만 있으면 약과 식료품, 옷 등 일상 용품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수감 이전의 직업을 이용해 교도소에서 돈을 벌 수도 있다.

외부 세계와의 경계가 사실상 모호해지면서 교도관들은 조직원이 되기도 하고, 수감자들은 바깥에서와 다를 바 없는 생황을 누리게 된다. 나라그는 “만약 외부에서 부자였다면 안에서도 부자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금전적 뒷받침이 없는 대부분의 수감자는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을 감당해야 한다.

뉴 빌리비드 내 의료당국에 따르면 과밀과 질병, 폭력 등으로 사망한 수감자는 매년 5200명이 이른다.

정치범 친인척을 지원하는 단체 카파티드의 피데스 림에 따르면 수감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면회가 거절되거나 변호인 접견조차 거절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작년 7월 이후 교도소 시스템 개선 정책의 일환으로 수감자 4000여 명이 풀려났지만, 시설의 근본적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