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자소송, 입양인에게 기념비적 판결”

뉴욕타임스, 한인 여성 입양인 강미숙씨 승소 보도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 여성이 37년 만에 찾아간 자신을 문전박대한 아버지를 상대로 제기한 친자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것은 한국 출신 입양아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기념비적 판결’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미국 가정에 입양된 카라 보스(한국명 강미숙)는 37년 만에 찾아간 자신을 문전박대한 아버지를 상대로 제기한 친자 확인소송에서 12일 승소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염우영 부장판사는 어린 시절 미국에 입양됐던 보스가 친부 오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인지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염 부장판사는 “판단으로 인해 마음 아파하는 분들이 없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한 뒤 “원고 카라 보스는 피고 오씨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로 보스는 오씨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법적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승소하자 보스는 감격에 겨웠는지 어깨를 떨며 흐느꼈으며 아버지 오씨는 이날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외신 중 처음으로 보스의 사연을 소개하는 장문의 특집기사를 실었다.

보스는 1983년 충북 괴산의 한 시장 주차장에 버려져 이듬해 미국 미시간주 세리든의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성인이 된 후 네덜란드 남편과 결혼해 두 자녀를 둔 그는 5년 전 딸을 낳은 후에야 한국인 어머니가 자신을 버림으로써 겪었을 엄청난 고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와 다시 연락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게 됐다.

하지만 한국의 사생활보호법은 입양인의 경우 주소와 전화번호 등 친부모의 정보를 부모들이 동의할 때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보스는 2017년 한국을 여행하며 1983년 자신이 버려진 시장을 방문하고 자신을 기억하는 이를 찾기 위해 전단을 뿌렸다. 그의 사연은 한국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 돌파구는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2016년 보스는 자신의 유전자 자료를 온라인 족보 플랫폼 ‘마이헤리티지’에 올렸다. 지난해 1월 이 플랫폼을 통해 헤어진 지 오래된 두 자매가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계정을 다시 확인했고, 자신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한 유학생을 찾게 됐다.

이를 계기로 보스는 아버지를 찾았다. 그러나 한국 법원은 아버지의 성이 오씨라는 것을 빼고는 주소 등의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보스는 지난해 11월18일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그러고서야 합법적으로 오씨의 주소를 알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벨을 눌렀지만 아버지는 보스를 만나주지 않았다.

보스가 아버지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버지는 어머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를 벗고 서툰 한국말로 “엄마, 만나고 싶어요. 정말 미안해하지 마세요. 엄마 제 얼굴 기억하세요? 그냥 오셔주세요”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1983년 11월 충남 괴산의 한 주차장에서 발견돼 이듬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카라 보스씨가 12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친생자인지청구소송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