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대신 바지”…항공사 여승무원 복장 변화 바람

우크라이나 항공사 유니폼 교체…화장 규정은 그대로

건강 악화·비상대응 어려워…여성 상품화 비판도 감안

우크라이나 항공사 스카이업에서 바꾼 여승무원들 복장.
우크라이나 항공사 스카이업에서 바꾼 여승무원들 복장. [스카이업 인스타그램]

우크라이나의 한 항공사에서 여승무원들의 오랜 상징이었던 하이힐과 꽉 끼는 복장 규정을 파격적으로 교체한다.

2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저가 항공사 스카이업은 다음 달부터 여승무원들의 기존 유니폼을 교체할 예정이다.

이들은 하이힐과 치마, 블라우스 대신 운동화를 신고 헐렁한 오렌지색 재킷과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된다.

스카이업에서 마케팅을 총괄하는 마리아나 그리고라시는 “승무원의 일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고된 일”이라며 “여승무원들이 성적으로나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비치질 않길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항공업계에서는 여성 외모를 비즈니스에 십분 이용하면서 여승무원들의 편안함과 건강을 맞바꿨다.

이들은 불편한 복장을 착용한 채 장시간 비행은 물론 청소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하지정맥류 등 각종 질병을 달고 사는 것도 일상이었다.

현직 승무원 다리아 솔로메나야는 하이힐 등 기존 복장 규정은 긴급 상황에서 특히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지적한다. 비상착륙 시 꽉 끼는 옷을 입고 비상문을 신속하게 개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젠더 전문가 올레나 스트렐니크는 “스튜어디스의 전형적인 이미지는 아마 그 어떤 직업보다 성적이거나 여성성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하이힐을 신고 퍼레이드 연습 중인 우크라이나 여군 [AFP/우크라이나 국방부=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이힐을 신고 퍼레이드 연습 중인 우크라이나 여군 [AFP/우크라이나 국방부=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우크라이나의 여성들은 보통 서구권 여성보다 외모에 더 초점을 맞추는 사회 분위기로 이 같은 경향이 짙었다.

지난 7월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독립 30주년을 기념하는 군 퍼레이드를 앞두고 여군들이 하이힐을 신고 행진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성차별주의 논란이 크게 일기도 했다.

해외 일부 항공사에서도 그간 업계 표준으로 고려됐던 복장 규정을 바꿔나가는 추세다.

영국 버진애틀랜틱항공은 승무원들의 화장 의무 규정을 폐지했으며, 일본항공은 하이힐 의무 규정을 없애고 치마 대신 바지를 입을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했다. 노르웨이전 항공사도 플랫 슈즈를 허용하고 기내 필수화장 요건을 폐지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아직 관련 논의가 충분히 숙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최대 항공사 우크라이나국제항공(UIA)을 포함한 다른 우크라이나 항공사들은 아직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UIA 측은 승무원들은 충분한 휴식 시간이 보장돼있고 하이힐 굽이 그리 높지 않다고 주장하며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과거 스카이업 여승무원들 복장.
과거 스카이업 여승무원들 복장. [스카이업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