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애틀랜타한인회는 왜 존재하는가?

충격적 한인 희생사건에도 침묵…갑자기 회장 개인 명의로 행사

공동 주최에 포함된 아시안아메리칸센터 측 “명의 함부로 도용”

지난 16일 발생한 연쇄 총격사건으로 4명의 무고한 애틀랜타 한인 여성들이 희생돼 전국적인 반 혐오범죄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단 한 곳, 조용한 한인단체가 있다. 바로 12만 애틀랜타 한인들을 대표한다는 애틀랜타한인회이다.

한인 차세대들은 다른 아시안 단체들과 협력해 ‘아시안 혐오범죄 대응 비상대책팀’을 구성해 이미조직적인 활동에 돌입했고, 1세대들은 범한인 대책위를 만들어 공식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LA한인회와 뉴욕한인회는 별도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애틀랜타를 위해 경적시위와 추모식 등을 거행해 현지 언론의 관심을 모았다. 사실 사건 다음날인 17일 LA한인회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한인회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면서 “한인회장 개인 전화번호를 알려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재정적인 후원을 하고 공동 대응 방법을 논의하려고 한다”고 답해 김윤철 회장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LA한인회는 다음날 별도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독자적인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갖고 출범한 범한인 대책위원회(위원장 김백규) 참가 단체에도 한인회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한 관계자는 “한인회를 포함시키고 가능하면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지만 한인회가 거부해 결국 둘루스 한식당에서 행사를 치렀다”고 말했다. 그는 “이럴 때 사용하지 않으려면 한인회관은 왜 운영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렇든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온 애틀랜타한인회가 18일 ‘이상한’ 영문 보도자료를 하나 보내왔다. 오는 20일(일) 오후 애틀랜타한인회관에서 야간 추모집회(virgil night) 행사를 연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최자 명의가 한인회가 아니라 찰리 윤 김 애틀랜타한인회장과 게리 구안 아시안아메리칸센터(AARC) 이사장 등 개인이다.

AARC 지수예 대표는 기자에게 “해당 행사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명의를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한 적도 없다”면서 “신임 이사장이 이사들과 의논하지 않고 명칭을 함부로 사용했는데 항의해서 빼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인회 명의가 아닌 개인 명의를 사용한 것도 유명무실하긴 하지만 이사회에서 논의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인 대표단체라는 한인회가 다른 한인단체들과 협력은 못할 망정 이러한 ‘꼼수’를 부리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엇보다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고려 없이 주류사회 언론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벌이는 ‘보여주기’ 행사라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한인 구성원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고, 비상 상황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한인회가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되묻게 된다.

이상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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