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바이든 ‘SK 거부권’, 물건너 갔나?

조지아 방문한 대통령, 켐프 주지사와 면담 안해

전화 통화만…”SK공장보다는 내년 재선이 먼저”

지난 19일 조지아주 애틀랜타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면담 대상자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제외됐다고 AJC 등 지역 언론들이 보도했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를 방문하면 에어포스원 착륙공항인 마리에타 도빈스 공군기지까지 마중을 나갔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는 이날은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물론 당적이 다른 주지사의 경우 대통령 방문시 환영식을 갖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예 면담도 하지 않았고 짦은 통화로 형식적인 의제만 다룬 것으로 알려졌다.

AJC는 “주지사 오피스에 따르면 대통령과 주지사는 비록 만나지는 않았지만 전화 통화를 통해 스파 총격사건과 코로나19 구제법안, 그리고 26억달러 규모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 관련 특허 분쟁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켐프 주지사는 그동안 SK배터리 공장 ITC 패소와 관련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이날 주지사 오피스는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 일자리를 옹호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는 짤막한 코멘트를 내놓았다.

하지만 지역 언론들은 켐프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과 아예 만나지 않은 사실이 SK이노베이션에는 ‘불길한 징조’라고 해석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후 조지아주를 처음 찾은데다 방문 목적도 민주당 주도의 코로나19 경기부양안 홍보에서 스파 총격으로 인한 아시아계 보호문제로 바뀌었기 때문에 만남에 부담이 덜했지만 결국 양측은 서로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AJC는 이에 대해 “켐프 주지사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전혀 놀랍지 않다”면서 “어려운 재선 경쟁을 치러햐하는 켐프 주지사의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SK배터리 공장의 장래를 위해 바이든을 만났다가 트럼프 지지자 등의 역풍을 불러올 수도 있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SK배터리 공장이 조지아 주민의 일자리를 위해 꼭 필요한

일각에서는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결심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방향으로) 굳어져 있어 켐프 주지사가 굳이 만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엿보였다면 만남이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차세대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의 독점을 막고 조지아주의 일자리를 위해 대통령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ITC 최종판결 60일 이내인 오는 4월11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ITC의 결정은 그대로 효력을 발휘해 SK는 미국시장에서 2~4년 내 비즈니스를 접어야 하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 SK의 시계는 꼭 3주가 남은 셈이다.

애틀랜타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 [UPI=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