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가 로알드 달 작품 표현수정 ‘시끌’

살만 루슈디 “이상한 검열” 혹평…”차별·폭력적 표현 바꿔야” 옹호론도

최근 영국 아동문학 거장 로알드 달(1916∼1990)의 작품에 적힌 표현이 요즘 시대의 잣대에 맞게 수정된 데 대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이슬람에 대한 모욕적 표현으로 평생 암살 위협에 시달려 온 논쟁적 작가 살만 루슈디가 달의 작품 속 단어를 출판사 측이 임의로 바꾼 데 대해 ‘이상한 검열’이라며 반발하며 논란에 동참했다.

영국 서점에 전시된 로알드 달의 작품들
영국 서점에 전시된 로알드 달의 작품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달의 대표작에 쓰인 단어 수백 개가 출판사와 저작권 관리 업체에 의해 수정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일부 대목에선 원작에 없던 말이 들어가기도 했다. ‘마녀들’ 작품에선 마녀들이 가발을 쓰는 이유는 대머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단락에 ‘여자들이 가발을 쓰는 다른 이유도 많고, 이것이 잘못된 것은 전혀 아니다’라는 설명이 붙었다.

이에 대해 루슈디는 “로알드 달이 천사는 아니지만, 이것은 터무니없는 검열”이라고 힐난하며 “출판사와 저작권 관리 업체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로알드 달 작품들
로알드 달 작품들 [펭귄북스 홈페이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인 ‘펜 아메리카’의 수잰 노셀 대표는 “달의 작품이 수정됐다는 소식에 놀랐다”라며 “문학작품이라는 것은 독자를 놀라게 하고 도발적이게 마련인데, 작품의 표현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이를 지우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힘을 약하게 만들 뿐”이라고 지적했다.

노셀 대표는 “독자들이 작품을 쓰인 대로 받아들이게 하지 않고 고치려 들면 작품이 왜곡되고 이들 작품이 사회를 투영하는 렌즈를 흐리게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도 작품 수정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책 10여 권을 수정했는데, 앞으로 400년 어치의 작품이 더 남은 셈이다. 어디에다 ‘밑줄 쫙’을 할 것이냐”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달의 작품이 편협하고 인종차별적이면서 성차별적인데다 쓸데없이 폭력적이기도 하다는 비판과 함께 출판사 측의 조치가 합당한 면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애슐리 에스퀘다는 트위터에 “시간과 함께 진화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자신의 어린 시절에 다른 이들이 함께 갇히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지겹다”라고 적었다.

저작권 관리 업체는 달의 작품을 넷플릭스에 판매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신중히 작품을 교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업체는 “지금의 어린이들이 달의 훌륭한 작품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라며 “오래전 작품을 다시 출판할 때 작품의 언어를 검토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