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의 역사칼럼] 26. 미국은 총기 천국인가?

중국의 모택동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고 말했었다.

모택동이 말하려 했던 것은 무력이 있어야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죽을 때까지 군사 권력을 틀어쥐고 놓지 않았다. 민주 정치가 잘 발달한 나라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독재적이고 무식한 얘기이지만, 혼란한 사회에서는 통할 수도 있는 말일 것이다.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으면 권력을 차지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미국은 혼란한 사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총기가 넘쳐나서 문제이다. 미국이 총기 천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국민이 총기를 보유하고 있는 비율은 내란으로 무법천지인 국가들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인구 10명당 평균 9명이 총기를 보유한 셈이라고 한다. 미성년자를 빼고 계산하면 어른 한 명당 평균 여러 자루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에서는 잊을 때쯤 되면 대형 총기 사고가 발생한다. 그 피해 규모는 중동의 자살 폭탄 테러와 거의 맞먹는다. 이런 대형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총기 소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미국에서는 총기 소유를 규제하기가 무척 어렵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총기 소유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 헌법에 미국 국민은 누구나 총기를 소유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미국의 헌법은 1788년에 제정되어 공식 발표되었으나, 1789년 토머스 제퍼슨 등 몇몇 유력한 사람들이 부족한 점을 보강해야 한다고 제안하여 수정 헌법이 탄생하게 되었다. 원래 헌법이 확정될 때 제퍼슨은 주프랑스 대사로 해외에 있었으므로 원래의 헌법 제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것을 이유로 그는 헌법 수정을 강력히 주장했다. 헌법 전체를 다시 쓰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수정 조항을 보태는 방법을 택했다. 그 수정 헌법 제2조에 “안전을 위해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를 누구도 침해할 수 없다.”라고 명시했다. 수정 헌법 제1조는 권리 장전인데, 그 조항에 바로 이어 무기 소지의 자유를 명시했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이 무기 소지할 수 있는 권리를 중요하게 여겼다는 말이 되겠다. 미국의 땅이 광활하여 국민 스스로 자체 방어해야 하는 점도 무기 소지의 자유에 큰 영향을 끼쳤겠지만, 영토 확장을 위해 서부를 개척하면서 인디언과의 전쟁, 혹은 다른 인접 국가와의 영토 쟁탈전이 끊임없이 일어난 것도 한몫했을 법하다. 국민이 모두 전쟁터의 군인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니까 말이다.

문제는 개척 시대도 지나간 후에 시간이 오래 흐른 지금에도 총기 소지 자유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점이다. 대형 총기 사고가 날 때나 혹은 선거철이 되기만 하면 수정 헌법 제2조가 거론되어 격렬한 토론이 오가곤 한다. 미국인들은 수정 헌법 제2조, 즉 ‘Second Amendment’라는 말만 들어도 무기 소지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알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흔히 ‘Second Amendment’라고만 말하고 부연하여 설명하지 않는다. 대체로 민주당 쪽은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공화당 쪽은 총기 소지를 규제하면 안 된다고 맞선다. 중요한 점은 총기 소지 규제를 주장하는 민주당 쪽도 무기 소지 자유 권한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다만 상식적인 규제는 이루어져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왜냐하면, 무기 소지 자유 권한을 없애려면 헌법을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툭하면 헌법을 뜯어고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헌법을 고친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총기를 규제하는 것이 어려운 또 한가지 이유는 미국에는 전국 총기 협회라는 어마어마한 단체가 있다. 소위 말하는 NRA(National Rifle Association)이다. 영화 벤허의 주연배우였던 찰턴 헤스턴이 2000년대 초반에 NRA의 회장을 맡아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었다. 이 단체는 Second Amendment를 지키는 것을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므로 미국에서 함부로 총기 소지 폐지를 외쳤다가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오바마 전 대통령도 눈물을 흘리고 동정을 사며 총기 규제를 호소하기만 하고 폐지하자고 하지는 못했다.

여기서 우리의 고민은 총기 규제가 완전히 이루어지기까지는 “집안에 총 한 자루 정도는 소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문제라고 하겠다. 또다른 고민은 사회가 혼란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력이 범람하는 무법천지가 될까 겁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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