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인언론을 통해 본 애틀랜타 총격사건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 본보 이상연 대표 통해 사건 조명

한인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희생자를 낳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이 발생한지 꼭 4개월이 지났다. 미국 최고의 저널리즘 전문지 가운데 하나인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CJR)가 애틀랜타K 이상연 대표를 통해 조명한 사건의 모습을 한국어판 전문으로 소개한다. /편집자주

▶전문 링크(영문판)

by Shinhee Kang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이상연씨가 3월 16일 화요일에 일어난 총격 사건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다른 주민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날 저녁 미국 방송의 뉴스 속보를 보게 된 것이다. 텔레비전에서는 세 군데의 마사지숍에서 총격이 발생했으며 그중 두 곳이 피드몬트 거리 부근에 있다는 뉴스만 흘러나왔다. 하지만 현지에서 ‘애틀랜타 K’라는 한국어 뉴스 포털을 운영하고 있는 이 씨는 피드몬트 지역에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마사지숍이 여러 개 있으므로 사망자 중 한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했다.

애틀랜타에 거주하는 한인이라면 누구나 피드몬트 지역의 마사지숍 중 여러 곳을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 씨는 마사지숍에 관해 취재하면서 그곳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이주민 여성으로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씨는 컬럼비아 저널리즘 리뷰와 한국어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심정을 전했다. “한국 여성들이 거기서 얼마나 고생하시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시고,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일하시는 걸 아는데… 어이없는, 비참한 상황이 벌어지니까…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기자를 떠나 같은 이민자 사회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그날 저녁 이 씨는 예전에 취재를 통해 알게 된 정보원에게 연락을 취해, 마사지숍 피해자 중 한인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날 밤 애틀랜타 K는 사망한 여성 중 두 명 이상이 한인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고 다음 날 총 네 명이 한인 사망자로 밝혀졌다.

애틀랜타 K, 한국일보 애틀랜타, 애틀랜타 중앙일보처럼 한국어로 제공되는 지역 매체는 이번 총격 사건을 보도하기에 유리한 입장이었다. 언어의 장벽이 없고 결속력이 강한 한인 공동체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정보를 얻어 피해자들에 관해 깊이 있게 보도할 수 있었다.

애틀랜타 K가 사건 다음날인 17일부터 내놓은 보도에 따르면, 한인 피해자 4명은 50대에서 70대 사이였다. 이 중 고객에게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한 여성은 50대 여성 한 명이며 나머지 ‘고참’ 직원들은 문을 열거나 동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매니저 역할을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여성 중 일부는 가게에서 숙식하며 일해왔으며 모두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아니었다. 애틀랜타 중앙일보는 후속 기사를 통해 대다수 희생자가 생계형 근로자였고 일부는 미국에서 연고도 없이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정보는 피해 여성들이 겪었을 외로움과 불안감을 보여줬다. 이들은 서로의 자녀에게 이모라고 불릴 정도로 친한 사이였다고 한다.

한국어 언론은 사건의 전말에 관해서도 중요한 사실들을 보도했다. 골드 스파에서는 한인 직원이 총격을 피해 책상 뒤에 숨어 있다가 다른 스파 직원들에게 위험을 알려 주었고, 그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아로마테라피 스파의 희생자는 손님인 줄 알고 문을 열어주러 나갔다 갑자기 가해진 총격에 참변을 당했다. 한국일보 애틀랜타는 총격범이 아시아인을 다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마사지숍 직원의 진술을 정보원을 통해 보도했다.

반면 미국 언론은 이번 사건에 대해 모호한 보도로 일관했다. 미국 매체 기자들은 피해자에 관한 추가 정보를 찾거나 한국어 언론이 발표한 보도 자료를 인용하는 일을 꺼리는 (혹은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대신 주류 매체는 총격범에 관한 프로필을 게재했다. 수요일 오전에 애틀랜타 보안관 사무소에서 기자 회견이 열렸을 때 기자들은 공식 성명을 받아 적기에 여념이 없었다. 공식 성명은 ‘성중독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용의자의 주장을 비판 없이 되풀이했고 학살 동기 중 인종적 적대감은 최소화했다.

한때 한국에서 경찰 기자로 일했던 이 씨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 ‘용의자가 이렇게 말했으니까 아니다’라고 하는 프레스 컨퍼런스는 처음 봤다는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언론이 경찰의 공식 성명을 그대로 표제로 달고 속보로 내보냈다는 사실이다. 대다수 뉴스 매체는 대변인의 말에 전후 사정을 추가하거나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 자체를 사실로 받아들여 기사화했다. 이 씨는 “대부분의 언론이 정말로 경찰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고 그것이 맞는 말인 것처럼, 그렇게 되길 바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공식 성명을 그대로 받아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여겨졌다고 했다. 이 씨는 기자 회견에 대해 보도하거나 대변인의 말을 반복해서 나열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 애틀랜타 K는 대신 “′일진 나쁜 날엔 사람 죽여도 되나?’… 백인 경찰의 백인 살인범 비호”라는 제목으로 공식 성명에 대한 각종 커뮤니티의 반응을 다룬 기사를 내보냈다.

비록 언론이 하루정도 지나 정정 보도를 했지만, 대중의 관심은 이미 용의자의 인종 차별적이고 반 아시아적인 범행 동기에서 멀어진 후였다. 살해 동기가 성중독이라는 용의자의 주장은 널리 유포됐으며, 이는 동양인 소유의 마사지숍과 불법 성매매 사이의 오래된 유착 관계를 강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주 몇몇 미국 매체는 마사지숍을 대상으로 탐사 보도를 하며 고객이 남긴 선정적 리뷰와 경찰의 현장 단속 기록(이 씨에 의하면 일부는 잘못된 단속이었다고 한다)을 언급함으로써 사실상 여성들에게 범죄 책임을 떠넘기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언론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성적 서비스를 제공했는지의 여부를 밝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를 밝혀내는 일이 이미 죽은 여성들에게 낙인을 찍는 일이 아닌가? 이것이 피해자 가족과 다른 마사지 숍 직원들에게 피해를 주는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있는가? 이런 범죄 책임을 떠넘기려는 보도는 이미 생계 수단이나 이민자 자격을 잃을까 두려워하며 오랜 시간 숨죽여 살아온 생존자들로 하여금 나서서 말하지 못하게 했다. 이 씨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두려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본인을 밝혀야 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아니면 안 돼요…”

이 씨는 처음부터 서비스업을 공격하는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우려했다. 미국 매체의 기자들이 마사지숍의 위법 행위 여부에 관해 이 씨에게 물었지만,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사건과 연관이 없는 억측에 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까. 피해 여성들은 이미 자신들이 일하던 직장에 부당하게 연계되어 오명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마사지숍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녀들의 삶 전체를 결코 그곳에 욱여넣을 수 없다. 그녀들에게 마사지숍은 생계형 직장이었다. 인생을 끝까지 살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지칠 줄 모르고, 헌신하며 일하다 언젠간 은퇴하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Columbia Journalism Review

Columbia Journalism Review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