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 기업 ‘정조준’ 충격

완공 직전 노린 ‘정밀 타깃 단속’…계획적이고 치밀한 작전 주목

애틀랜타총영사관은 총영사 공석 상태”…한미 관계에 파문 우려

지난 4일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건설 중이던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 HL-GA 배터리 공장 현장에서 실시된 이민 단속의 충격이 조지아주를 넘어 한미 양국을 뒤흔들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만 최소 450~500명이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한국 국적자는 250명 이상으로, 본사 파견 직원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본보 단독기사 참조)됐다. 현장을 급습한 연방요원들은 외국인으로 보이는 인력들을 건설현장 한쪽 벽면으로 몰아세운 뒤, 여권과 비자를 일일이 확인하며 체포해 수송버스에 태웠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단행된 이번 단속은 단일 주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이민 단속 작전으로 기록됐다. 단속이 실시된 HL-GA 공장은 현대차의 메타플랜트 옆 약 3000에이커 부지에 들어서는 배터리 생산 기지로, 약 7조6000억원이 투입된 한미 경제협력의 대표 사례로 꼽혀왔다.

◇ 완공 직전, 한국 최대 투자에 직격탄…한미 관계에 파문 우려

무엇보다 이번 단속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한국 기업의 최대 미국 투자처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해석이 분분하다.

연방기관들은 이번 단속이 “미국 내 불법 고용 관행 및 연방법 위반 혐의에 대한 형사 수사”라며 “미국 일자리 보호와 공정 경쟁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조지아주의 상징적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가 ‘정조준’됐다는 점에서, 사실상 외국계 기업 전체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일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국토안보수사국(HSI) 애틀랜타 지부 슈랭크(Steven Schrank) 특별요원은 기자회견에서 “미국 시민과 합법적 영주권자 등 합법 고용자들은 즉시 석방했다”며 “이번 작전은 위법 고용주와의 전면전에 해당하며, 더 많은 수사 결과는 추후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ATF(연방 주류·담배·총기단속국)가 공개한 사진에는 수갑이나 케이블 타이에 묶인 수십 명의 근로자들이 연행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 한국 기업의 인력 파견 시스템, 전면 검토 불가피

특히 이번 단속은 무비자(ESTA)나 단기체류 비자인 B1·B2 비자를 통해 입국한 뒤, 장기적으로 현장 업무에 투입된 한국 본사 직원들까지 포함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 대기업이 해외 건설 프로젝트나 가동 준비 단계에서 흔히 활용해온 파견 인력 구조에 대해 미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제동을 건 첫 사례다.

한 이민 변호사는 본보에 “비자 목적 외 활동은 연방법 위반이며, B1으로 입국해 사업체에서 근무한 건 명백한 규제 대상”이라며 “이제 미국 내 모든 한국 기업의 인력 운용 관행에 수술대가 올랐다”고 진단했다.

◇ 당황한 한국 정부…총영사 부재 속 민간 구조

애틀랜타총영사관은 이날 체포된 한국 국적자들에 대해 “가능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총영사가 부재 중인 상태에서 전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 현지에서는 애틀랜타 이민 변호사 협회 및 시민단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구금된 한국인들을 위한 무료 법률 지원을 자처하고 있다. 한 한인단체장은 “한국 국민들이 미국 이민 구치소에 대규모로 수감됐는데 한국 정부의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럴 거면 전세기를 띄워 데려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포된 이들은 현재 조지아-플로리다 경계 지역의 폭스턴 ICE 임시 구금시설에 수용돼 있으며, 정식 기소나 추방 여부는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 기업 이미지·보조금 영향…“한미 경제동맹 균열 우려”

HL-GA 배터리 컴퍼니는 약 85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며, 연방정부와 조지아주 정부로부터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공받은 바 있다.

이번 단속이 노동법 위반, 불법 고용 등으로 귀결될 경우, 투자 인센티브 회수는 물론 향후 한국 기업 전반에 대한 미국 내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인 지상사 관계자는 “바이든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한국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고, 트럼프 정부는 이를 빌미로 규제의 칼날을 꺼냈다”며 “한미 경제동맹이 정권 교체기마다 요동치는 구조적 불안정성이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기자 사진

이상연 기자
단속 모습/ATF
단속 모습/A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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