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한국 2주 격리제도 이대로 좋은가?

뇌수술 받기위해 입국한 환자도 의무격리해야

백신접종 완료한 한인들 격리 면제 여부 논란

한국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해외 입국자 2주 의무격리 제도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부모나 자녀 등 직계 존비속의 장례나 중요한 국제 비즈니스 계약을 위한 입국을 제외하고는 의무적으로 2주간 지정된 시설 등에서 자가격리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영국 및 남아공발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이같은 변이 코로나가 발생한 국가의 한인들에게는 아예 이러한 예외조항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발생국가인 미국의 한인들은 부모상을 당해도 사실상 한국에 갈 수 없는 비인도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 뇌수술 받으러왔는데도 2주 격리해야

전남 화순에 있는 전남대병원에는 한국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기 위해 15시간의 비행과 코로나19로 인한 2주간 격리 등을 견뎌낸 러시아인 여성이 입원해 있다.

정신 교수의 집도로 뇌종양 수술을 받은 엘레나가 입원중이던 지난달 28일 생일을 맞아 전 교수로부터 축하선물을 받고 있다. © News1

 

병원 측에 따르면 러시아 시베리아지역의 교역 요충지인 이르쿠츠크시에서 거주중인 스트로가노바 엘레나씨(55)는 재발한 뇌종양 치료를 위해 지난달 24일 화순전남대병원 정신 교수(신경외과)를 찾았고 성공적으로 뇌종양 수술을 받은 엘레나씨는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퇴원을 준비 중이다.

엘레나씨는 지난 2014년 화순전남대병원에서 정 교수로부터 뇌종양 수술을 받아 건강을 회복했고, 지난 2018년에도 화순을 방문해 외래진료를 받은 적 있어 이번이 세번째 방문이었다.

사실 엘레나씨의 이번 한국행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뇌종양이 재발해 지난해 12월 한국으로 오려 했으나 남편이 코로나19에 걸려 완치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을 기다려야 했다. 이후의 한국행 역시 힘겨운 여정이었다. 이르쿠츠크와 인천간 항공기 직항편이 끊겨 모스크바를 거쳐 입국해야만 했다. 이런 고난을 무릅쓰고 엘레나씨가 화순전남대병원장을 찾은 이유는 정 교수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하지만 15시간이 넘는 비행시간을 견디며 지난달 10일 한국에 도착한 엘레나씨에게는 2주간의 격리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각을 다투는 중환자이고 코로나 검사를 여러차례 받아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면제조치는 없었다.

한국 언론은 한국 의료수준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이 일을 조명했지만 해외 한인들에게는 ‘제도가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제도를 위해 존재하는 나라’ 한국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 “재외국민 입국 문제, 고려할 여유 없다”

미주 한인들의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 접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항체가 생긴 사람은 자가 격리를 면제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별다른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백신 접종자도 자가격리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한국 보건당국은 대신 “백신 접종 이후 확실한 면역력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해외에서 백신을 맞고 입국하는 상황에 대한 검토나 고려는 아직 할 단계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배경 설명만 했다.

반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지난 10일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접종 3개월 내에는 확진자와 직접 접촉하더라도 자가격리를 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또한 CDC는 광범위한 의학적 연구를 통해 자가격리 기간을 10일로 단축시켰고, 해외 입국자에 대해서는 음성검사 증명서만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당연히 한인들 사이에서는 “백신의 면역력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백신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비논리적이고, 재외국민들의 입국 문제는 아예 고려대상도 아니라는 태도에 절망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미 전체 인구의 4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한 이스라엘은 그리스, 키프로스 등과 협정을 맺고 백신증명서를 소지한 여행자는 자가격리 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한인들은 “우선 인도적 방문이나 중요한 비즈니스 문제로 입국하는 재외국민들만이라도 백신접종 증명서나 음성검사 증명서 등을 근거로 자가격리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연 대표기자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입국자들이 공항 방역절차에 따라 이동하고 있다. 2021.2.3 hi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