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연구, “20대 고용률 급감…30대 이상은 오히려 증가”
생성형 인공지능(AI), 특히 챗GPT의 등장이 미국 청년층 일자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AI가 단순히 기술 혁신의 상징을 넘어, 실제 노동시장에서 세대별 불균형을 유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스탠퍼드대 에릭 브리뇰프슨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AI의 도입 이후 특정 직군의 청년층 고용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AI로 자동화가 쉬운 소프트웨어 개발, 고객상담, 통번역, 안내원 등의 직군에서 그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미국 직장인들의 연령·직무·고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챗GPT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된 2022년 말 이후 22~25세 청년 개발자들의 고용은 약 20%나 감소한 반면, 30대 이상의 고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즉, AI는 단순히 일자리를 없애는 게 아니라, ‘누가 살아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을 연령과 경험 중심으로 바꿔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이와 관련해 “경험 많은 시니어 개발자들은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협업 능력’과 ‘제품화 역량’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보호받지만, 청년층은 그런 기회를 얻기도 전에 AI에 의해 진입 문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AI 시대의 고용 시장이 직무 역설(Job Training Paradox)을 안고 있다는 문제로 연결된다. 즉, 향후 필요한 고숙련 직무는 경험을 통해서만 습득 가능한데, 정작 그 경험 자체가 AI에 의해 대체되면서 미래 인력 양성에 장애가 생기는 구조다.
하지만 AI가 청년 고용에 전면적으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연구에 따르면 의료 분야의 진단 보조나 행정지원 등 AI가 ‘업무 보조 도구’로 쓰이는 직군에서는 오히려 청년층 채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가 인간의 생산성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경우, 고용 확대의 효과도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AI의 고용 영향에 대한 구체적 실증 자료가 부족했던 상황에서, 가장 명확한 통계 기반의 경고 신호로 평가된다. WSJ는 “이 연구는 챗GPT 이후 노동시장에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 중 하나”라고 전했다.
브리뇰프슨 교수는 “AI를 통한 자동화는 비용을 절감하지만 창조적인 가치를 만들지는 않는다”며 “진정한 변화는 AI가 인간의 역량을 확장시키는 도구로 활용될 때 발생하며, 그것이야말로 고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