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 ‘흑인산타’ 장식 설치했다고…

아칸소주 남성, “마을 떠나라” 협박받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집 마당에 ‘흑인 산타’ 장식을 설치한 미국 남성이 인종차별주의자로부터 마을을 떠나라는 내용의 협박 편지를 받았다.

아칸소주 노스리틀록에 사는 크리스 케네디는 키가 약 2m에 달하는 흑인 산타를 마당에 세워뒀다고 CNN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그는 흑인 산타 장식 옆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고 알파벳 모형으로 ‘기쁨'(JOY)이라는 조명도 더했다.

케네디는 매년 핼러윈 데이(10월 31일)면 가족과 함께 때 이른 크리스마스 준비를 시작했다.

케네디는 “크리스마스 장식을 설치하는 것은 내게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면서 “이웃에게 기쁨을 주고 마을을 좀 더 밝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케네디는 지난 2017년 노스리틀록으로 이사 온 후 매년 흑인 산타 장식을 세웠고, 이웃들은 이 장식을 좋아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케네디는 지난 추수감사절인 지난 26일에 ‘산타클로스’라고 서명이 되어 있는 편지를 받았다.

익명의 발신인은 흑인 산타 장식을 철거하라면서 “아이들이 내가 흑인이라고 믿도록 속여서는 안 된다”면서 “백인을 질투한다고 해서 정직하지 않아도 되는 건 아니다”라고 적었다.

케네디는 이 편지를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읽으면서 “최대한 좋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분노로 가득 차 있다”면서 “정말 화나게 하는 것은 편지 작성자가 나에게 흑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이사하라고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른 노스리틀록 주민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면서 경험담을 케네디에게 알려왔다고 CNN은 전했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노스리틀록 인구 중 44.7%는 흑인이었다.

주민들은 흑인 산타 모형을 설치해 케네디를 지지했다.

이에 케네디는 “그러지 말고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로널드 맥도널드 하우스’ 자선단체에 기부해달라”면서 “계속 웃고, 신을 믿고, 전진하자”고 말했다.

크리스 케네디 집 앞마당에 장식된 ‘흑인산타’
[알렉시스 웨인라이트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