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면역 복병은 남성 공화당원들?

다수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 절반이 백신 거부

남성이 더 심해…”트럼프 백신 맞는 장면 공개해야”

“그는 공화당 지지자에게 엄청난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가 (백신 접종을 권유한다면) 이것은 정말 ‘게임 체인저’가 될 겁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이끄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1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파우치 소장이 도움을 청한 ‘그’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미국 내 새로운 백신 거부 집단으로 공화당 지지층이 떠오르고 있다. 이날 NBC방송은 그동안 주로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이 백신을 거부해왔다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반대하는 가장 큰 집단은 공화당 지지자라고 보도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공화당 지지자의 백신에 대한 거부 반응을 드러낸다. 지난주 몬마우스대학교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층 중 56%가 백신을 접종하기 전에 조금 더 기다리거나, 절대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같은 응답이 23%에 불과했다.

지난주 발표된 NPR·PBS·마리스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 47%, 공화당 지지층 41%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역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에서는 10%뿐이었다. 특히 남성 공화당 지지자들의 백신 거부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흑인, 히스패닉과 비교했을 때도 두 배 가까이 높다. 지난달 26일 카이저 패밀리 재단의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공화당 지지층은 28%인 반면, 흑인과 히스패닉은 각각 14%, 12%로 조사됐다.

전체 인구의 70~85%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는 만큼, 백악관뿐만 아니라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도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다.

공화당 여론조사 전문가인 프랭그 룬츠는 백신 회의론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NBC에 “올해 내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백신에 대한 반대가 크기 때문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할 것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같은 메시지를 전달할 공화당 지도부는 백신 불신에 입을 닫고 있다. 보수 언론 인사들은 파우치 소장을 비난하고 백신에 대한 음모론을 반복해왔다.

파우치 소장이 ‘게임 체인저’로 지목한 트럼프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전직 대통령이 영부인과 함께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공익광고에 총출동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빠졌다.

지난 10일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1주년을 앞두고 발표한 성명에서도 “나 아니었으면 미국인들이 백신을 접종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자아도취에 빠진 표현만 있을 뿐, 백신을 맞으라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자신의 백신 접종 사실도 비밀로 했다. 지난 1월 퇴임 전 사진이나 동영상 하나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백신을 접종했다.

물론 지난달 퇴임 후 첫 공개연설에서 “모두 백신을 맞으러 가라”고 말한 바 있지만 더 적극적으로 백신 접종을 권유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신을 맞는 장면을 공개하는 것이 백신 불신 해소에 유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이자 공화당 하원의원인 마리아넷 밀러 믹스는 그가 코로나19에 확진됐던 만큼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백신 접종을 받은 그는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고 영상으로 찍은 백신 생산 시설 내부를 트위터에 공개하는 등 백신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접종 캠페인이 공화당 지지자들이 백신을 안 맞는다는 식의 ‘당파적’인 메시지로 흘러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

대신 보수적 색채가 강한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종교 지도자, 컨트리 음악 가수, 운동선수 등의 인사들과 제휴해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보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언론에 광고를 내보내고 방송에 출연하는 것도 전략 중 하나다.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스래셔 켄터키주 넬슨 카운티 의장은 “일부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스스로 운에 맡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데스다 로이터=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5일 입원해 있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군 병원 현관문을 나서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