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저소득 주택 사라진다…즐겨라”

트럼프, 오바마 도입 ‘공정주택 거래규정’ 폐지선언

교외 지역 지지율 올리려고 인종 균열 부추겨 비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등을 돌린 대도시 교외지역(suburban)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정부의 변경된 주택 정책을 내세우면서 인종 간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거주지 차별을 없애기 위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도입했던 정책을 지난주 폐지한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를 통해 “‘꿈의 교외생활’을 영위하는 모든 사람들은 이웃에 저소득 주택이 건설돼 괴롭힘을 당하거나 재정적으로 타격을 받는 일이 더 이상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주택 가격은 시장에 따라 오를 것이고, 범죄는 줄어들 것”이라며 “오바마-바이든 때의 ‘공정한 주택 거래 강화 추진 규정(AFFH Rule)’을 페지했다. 즐겨라!”라고 강조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에서 연설할 때엔 저렴한 주택은 이제 교외에서 설 자리가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은 교외로 들어가 예쁜 집을 갖기 위해 싸운다. 더 이상 교외 지역에서 저렴한(affordable) 가격의 주택이 공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몇년째 계속돼 왔다. 나는 몇년 동안 갈등을 보아왔다. 이것은 교외 지옥이었다. 우리가 사흘 전 그 규칙을 페지했으니, 신사 숙녀 여러분, 인생을 즐겨라”라고 덧붙였다.

AFFH는 인종이나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국 등에 상관없이 주택을 구입하거나 빌릴 때 부당한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1968년 제정된 미국 공정주택법(Fair Housing Act)을 강화한 것이다.

공정주택법은 발효된 지 수십년이 지났지만 미국 내 많은 지역에서 거주는 여전히 구분돼 있다. 유색인종이 다수인 지역은 명문학교와 의료서비스, 공공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이 상대적으로 제한돼 있다. 그래서 AFFH는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 필수적인 정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AFFH가 과도하게 부담이 된다고 지적하며 2018년부터 이를 뒤집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자신을 밀어줬지만 그의 국정 운영에 낙담한 교외지역 백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돌려놓기 위해 AFFH 폐지에 나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인종차별적 언행 때문에 교외지역 여성들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하락하고 있는 최근의 추세를 우려스럽게 지켜봐왔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교외 유권자 구애 전략은 교외지역 유권자들이 다양화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유색인종의 꾸준한 유입으로 애틀랜타와 올랜도, 피닉스, 덴버, LA, 휴스턴, 텍사스의 댈러스와 오스틴,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 등과 같은 대도시 주변을 포함해 미 전역에서 대형 교외 카운티 일부 지역에선 백인 인구 구성이 절반이거나 그 이하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