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민법원 출석 후 기습 체포…성공회 최초 여성 사제 딸
미국에 체류 중이던 20세 한국인 유학생 고연수 씨가 뉴욕 이민법원 출석 직후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전격 체포됐다.
고 씨는 종교비자의 동반가족(R-2) 비자로 2021년 입국해 퍼듀대학교에 재학 중이었으며, 현재 ICE 구금시설에 수감된 상태다.
고 씨는 지난 7월 31일 뉴욕 맨해튼 이민법원에 출석해 심리를 받던 중 판사로부터 8월 21일로 기일을 재조정받았으나, 법원을 나서는 순간 대기 중이던 ICE 요원 5명에게 체포됐다. 현재는 면회와 보석 모두 불허된 상태로 뉴욕 인근 구금시설에 수감 중이다.
고 씨는 모친인 김기리 성공회 사제를 따라 입국한 뒤 합법적인 체류를 유지해왔으며, 신분 변경을 위한 I-539 양식 제출도 완료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민국은 3월 26일 자로 체류 기간이 종료됐다는 통보를 보냈고, 이와 관련한 출석 요구에 따라 고 씨는 이민법원에 자진 출석했으나 법정 밖에서 체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고 씨의 법률 대리인 박동규 변호사는 “영장도 없이 체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적법 절차(Due Process)를 명백히 위반한 위헌적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 씨의 모친 김기리 신부는 대한성공회 최초의 여성 사제로, 이민자보호 교회 네트워크를 통해 이민자 인권 활동에 적극 참여해온 인물이다. 김 신부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딸의 면회를 신청했지만 허가받지 못했고, 어디로 이송될지조차 통보받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대해 성공회 뉴욕교구, 종교간 협력센터, 뉴욕이민연대 등은 8월 2일 맨해튼 ICE 연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씨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매슈 헤이드 성공회 뉴욕교구장도 참석해 “이민정책이 혼돈과 잔혹함으로 점철되어 있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ICE의 이 같은 단속 방식에 대해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ACLU 측은 “법정에 출석한 이들을 기습 체포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석 뉴욕한인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현 정부의 이민정책은 인권을 침해하는 수준”이라며 “고 씨의 석방을 촉구하는 공문을 당국에 보낼 예정이며, 한인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고 씨는 현재 조만간 타 구금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며, 향후 체류 신분과 관련한 법적 대응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