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흑인 유권자, 사전투표 4년전 2배

2016년 흑인 투표율, 20년만에 감소…민주당 패인으로 작용

흑인 참여 큰폭 증가…트럼프 반감·인종차별 항의시위 영향

다음달 3일 대선을 앞두고 흑인의 사전투표 참여가 크게 늘고 있다고 CNN방송이 26일 보도했다.

CNN은 흑인 유권자들이 2016년 대선 때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투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아주의 경우 대선일 2주 전인 지난 20일 기준으로 사전 투표에 참여한 흑인은 60만명으로 4년 전 대선 때 29만명의 배를 넘었다.

메릴랜드주는 같은 기준으로 1만8000명에서 19만명으로 10배 넘게 증가했고, 캘리포니아주는 흑인의 사전투표 참여가 30만명으로 4년 전 같은 시점 11만명보다 크게 늘었다.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겼을 때 백인의 트럼프 지지가 원동력이 됐지만 한편으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의 투표 불참 역시 큰 요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1200만명의 흑인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흑인 투표율은 꾸준히 상승해 2012년 66.2%까지 올랐지만 4년 전 대선 때는 59.6%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은 흑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선거였다.

흑인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이달 초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에게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92%의 지지를 얻어 8%인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했다. 또 갤럽의 올 여름 조사 때 흑인의 87%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흑인 투표율 제고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지난 8월 한 행사에서 미국의 기초선거구당 2명꼴로 밀려 2016년 대선에서 졌다고 한 뒤 “우리는 그 결과를 안고 살아왔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올해 흑인의 투표 참여가 증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인을 중시하는 정책을 편다는 인상을 주면서 백인 우월주의 집단이 활보하는 등 소수인종 사이의 소외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와중에 백인에 비해 유색인종의 피해가 컸다는 불만도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네소타주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해 올 들어 공권력에 의한 흑인 사망사건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미전역의 인종차별 항의시위로 번진 것도 흑인의 투표 참여를 촉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흑인인 데이브 리처드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버락 오바마를 위한 2008년 대선보다 더 중요하다. 당시 대선은 변화와 역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선거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흑인의 투표율 제고를 어렵게 하는 각종 장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많은 주가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갖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흑인 16명 중 1명은 투표권을 잃었는데 비흑인의 경우 59명 중 1명꼴이라는 점과 비교해 흑인의 투표권 박탈 비율이 더 높은 것이 실정이다.

일례로 권투 선수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경우 1992년 강간죄 유죄 선고로 투표권을 잃었다가 주의 규정 변경으로 올해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013년 연방대법원이 차별금지투표법을 약화한 판결을 내린 이후 흑인이 많이 사는 남부 주에서 약 1200곳의 투표소가 폐쇄된 것도 흑인의 투표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CNN은 인터뷰한 흑인들이 인종 불평등과 경찰의 잔혹성, 의료혜택 상실을 우려한다며 많은 흑인이 생애 가장 중요한 선거처럼 느낀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P는 민주당은 4년 전 대선 때 뺏긴 중서부 노동자의 지지를 탈환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인종의 투표에 대선이 달려있을지 모른다며 이는 2016년 대선 때 투표하지 않은 흑인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한 투표소에서 조기투표를 기다리는 흑인 유권자의 모습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