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워싱턴 정가에 틱톡 공포 부추겨”

WSJ “백악관 만찬서 중국 기술기업 문제점 지적”

워싱턴 정가에서 중국 동영상 앱 틱톡(TikTok)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입김도 한 몫 했다고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저커버그 CEO는 줄기차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페이스북의 경쟁자인 틱톡에서는 그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이는 미국의 가치와 기술 우위에 대한 위협을 보여준다고 주장해왔다.

소식통은 저커버그 CEO가 페이스북이 반독점 조사를 받던 지난해 10월 워싱턴을 방문한 기간 동안 미국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들을 만나며 이같은 메시지를 던졌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말 백악관에서 열린 비공개 만찬에서도 저커버그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 기술기업의 부상은 미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보다 훨씬 더 큰 우려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 정가가 틱톡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저커버그의 역할이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WSJ는 페이스북이 ‘아메리칸 엣지’라는 단체를 설립해 미국 기술기업들이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문화적 영향력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홍보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이같은 행보는 틱톡의 반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달 케빈 마이어 틱톡 CEO는 페이스북이 공정한 경쟁을 막으려 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마이어 CEO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틱톡은 경쟁을 환영한다”며 “우리의 에너지를 공정하고 열린 경쟁에 쏟아야지 애국심을 가장해 우리를 미국에서 내쫓으려고 하는 경쟁자, 즉 페이스북의 악의적 공격에 쏟아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앤디 스톤 페이스북 대변인은 “저커버그 CEO가 만찬에서 틱톡에 대해 논의한 기억은 없다”며 “중국 앱에 대한 CEO의 발언은 페이스북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반독점 및 규제 위협을 완화하려는 의도와 관련이 있다”고 해명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이달 초 틱톡을 겨냥해 자체 동영상 공유 기능인 릴스를 출시하고 틱톡 인플루언서를 데려오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한때 틱톡처럼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기술스타트업을 인수하기도 했지만, 미국 규제당국의 반독점 조사로 이같은 인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다음달 15일까지 틱톡이 미국 기업에 인수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 틱톡 사용이 금지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와 트위터, 오라클 등이 틱톡과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