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항의시위대 “남부연합 흔적 지워라”

미 육군, 남부연합 장군 이름딴 기지명 변경 시사…해병대는 깃발 사용 금지

리 장군 기마상은 철거 방침…남부연합기 들어간 미시시피도 깃발 변경 추진

미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 확산에 따라 지금까지 남부연합을 기리며 남아있던 상징물들도 연달아 퇴출 대상이 되고 있다.

남부연합은 1861년 노예제를 고수하며 합중국을 탈퇴한 미국 남부지역 11개 주가 결성한 국가로, 백인 우월주의와 인종차별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쓰러진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의 윌리엄스 카터 위컴 남부연합군 장군 동상 [AP=연합뉴스]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미 육군 기지들이 일단 이름을 바꾸게 생겼다.

9일 CNN방송과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라이언 매카시 육군장관이 이런 기지들의 명칭 변경을 위한 논의에 열려있다고 밝혔다.

미국에는 남부연합군에서 영웅 대우를 받은 이들의 이름을 딴 육군 기지가 10개 있다. 남부연합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의 이름을 딴 기지를 비롯해 존 벨 후드, A.P. 힐, 브랙스톤 브랙 등 남부연합에서 활약한 장군들의 이름이 기지명에 들어가 있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기지명 변경 계획이 없다는 게 미 국방부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백인 경찰의 무릎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목을 짓눌려 사망한 사건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입장 번복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남부연합 장군들의 이름을 딴 기지명이 그대로 유지되는 데 대해 그간 국가를 배신하고 노예제 유지를 위해 싸운 이들을 기리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앞서 미 해병대는 지난 5일 남부연합기의 사용을 공식 금지했다. 의복이나 컵, 자동차에 붙이는 스티커 등에 남부연합기 문양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데이비드 버거 해병대 사령관이 지난 2월 남부연합 관련 상징을 내보이지 못하도록 금지하겠다고 밝힌 뒤 이를 실제로 이행한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잭슨빌시에서는 이날 아침 일찍 시의 허밍공원에 있던 남부연합 군인 동상을 철거했다.

공원 옆 시청 앞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 몇 시간 전에 동상 철거가 이뤄진 것이다.

공화당 소속인 레니 커리 시장은 남부연합에 관련된 다른 기념물들도 철거하겠다면서 “남부연합 기념비는 사라졌다. 다른 것들도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세워진 리 장군의 동상도 랠프 노덤 주지사가 철거방침을 밝힌 상태다. 리치먼드는 남부연합이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리치먼드에서는 지난 주말 시위대가 남부연합군 장군이었던 윌리엄스 카터 위컴의 동상을 쓰러뜨리기도 했다. 이 동상은 1891년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미시시피주에서는 의회를 중심으로 남부연합기 문양이 포함돼있는 주 깃발을 바꾸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시시피주는 남부연합에 동참했던 주다. 이 깃발은 1894년부터 사용돼 왔는데 2001년 깃발을 바꾸는 안이 추진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남부연합기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