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럽 사태는 한국 사회 시험대”

미 언론 “감염추적 기술로 인권·사생활 침해 가능성”

NYT “봉쇄 완화 원하는 세계 각국, 한국 상황 주시”

한국에서 서울 이태원 클럽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급증하면서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9일 보도했다.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한 29세 남성이 이달 초 연휴를 맞아 하룻밤 사이 이태원의 나이트클럽 5곳을 방문했는데, 이중 다수가 성 소수자가 주로 다니는 클럽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에서는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18명 발생해 5일 만에 일일 확진자가 10명을 넘어섰는데 대부분 이태원클럽에서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성 소수자가 주로 찾는 장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상황을 구체적이고 선정적으로 다루면서 성 소수자 사회에서는 차별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이 이태원 성 소수자 클럽을 방문했다는 보도 이후 소셜 미디어에 이와 관련된 정보가 폭주했고, ‘게이’와 ‘이태원 코로나’라는 검색어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또 일부 소셜미디어에서는 이태원의 술집과 클럽 영상을 올리고 ‘역겨운 일을 중단할 수 있도록 모금해 달라’는 요청이 올라오기도 했다.

동성애를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국에서 성 소수자를 수용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지만, 여전히 차별도 넓게 퍼져 있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6일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 한국 정부의 ‘감염자 추적’ 모델은 높이 평가받기도 했지만,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감염자의 소재 파악을 위해 스마트폰 앱과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할 경우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안심 밴드’ 착용까지 IT 기술을 활용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감염자 추적 과정에서 성 소수자가 강제로 ‘커밍아웃’을 당할 수도 있게 됐다.

개인의 동선을 공개하는 게 코로나19 예방을 위해서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권과 사생활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게 성 소수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성적 지향이 드러나는 이른바 ‘아우팅’을 우려해 진단을 받지 않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파장이 커지면서 일부 언론이 기사의 ‘게이 바’ 언급을 삭제하면서 제목도 수정했지만 사과는 없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폭증하자 주점과 클럽의 영업 중단 조치를 한 달 연장했으며, 동시에 해당 기간 클럽 방문객들에게는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한편 코로나19 봉쇄 해제를 추진하면서도 ‘2차 유행’을 우려하는 다른 국가들은 봉쇄 완화 후 발생한 한국의 이태원 집단 감염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는 적극적인 감염 검사와 추적, 마스크 착용, 거리두기, 대규모 발병지에 대한 집중 단속 등 대대적으로 다방면의 방역 대책을 구사했다.

이같은 정부 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높은 수준의 국민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이태원 사태를 맞아 한국 정부는 코로나19가 다시 악화하지 않도록 기존의 방식에 의존하면서도 상황을 봐서 새로운 전략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현재 한국의 도시 풍경은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만 빼면 지하철은 출퇴근 인파로 붐비고, 얼마 전까지 마스크를 사려고 섰던 긴 줄이 이제는 맛집에 자리를 잡으려는 손님으로 바뀌는등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전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