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개혁안 상정한 날, 멕시코 국경 쉼터 ‘만원”

민주당, “1100만명 불체자에 시민권 부여” 발표

허리케인 피해 맞물려 중미 이민자 미국행 증가

1100만명에 이르는 서류미비 불법체류자들에게 시민권 취득의 길을 열어주는 내용의 ‘바이든표’ 이민개혁안(2021 US Citizenship Act)이 18일 드디어 공개됐다.

이 법안은 8년의 기간을 두고 올해 1월1일 이전에 입국한 모든 불체자들에게 영주권과 시민권 신청 자격을 주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영주권 쿼터 20만개를 다시 사용하고, 취업이민 쿼터를 연간 3만개 증가하는 등 합법적 이민을 늘리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민주당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과 린다 산체스 하원의원이 동료 민주당 의원들과 공동 상정한 이 법안은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혜택을 받은 일명 ‘드리머’들과 농장 근로자들에게는 즉시 영주권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정부의 친이민 정책에 맞춰 중남미 이민자들의 미국행이 다시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18일 전했다.

AP에 따르면 멕시코 남부 타바스코주에 있는 한 이민자 쉼터엔 중미 등에서 온 300여 명의 이민자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과테말라를 통과한 이민자들이 처음 만나는 쉼터인 이곳엔 올해 들어서 벌써 1500명이 머물렀다. 2020년 한 해 동안 다녀간 3천 명의 절반이 6주 사이에 온 것이다.

쉼터를 운영하는 성직자 가브리엘 로메로는 AP에 “너무 많이 몰려와서 수용할 공간이 없다”며 “완전히 혼돈 상태가 되기 전에 당국과의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품은 중남미 이민자들의 미국행은 지난 한 해 동안 다소 뜸했다. 코로나19로 각국이 육로 국경을 폐쇄하고 이동을 제한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도 코로나19를 이유로 망명 절차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멕시코 등 경유지들의 불법 이민 단속도 강화했다.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지만 닫혔던 국경들이 조금씩 열리면서 이민자들의 이동도 다시 시작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지난해 중미를 강타한 두 차례의 허리케인으로 생계난이 더해진 것도 미국행을 부추겼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 취임 무렵에는 중미 온두라스에서 이민자 수천 명이 ‘캐러밴’을 조직해 미국행에 나서기도 했으나 경유지 과테말라 당국이 철통 수비로 이들을 해산시켰다.

대규모 행렬인 캐러밴은 좌절됐지만 이민자들의 소규모 북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남부 치아파스주의 또 다른 국경 이민자 쉼터들에도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많은 이민자가 찾아오고 있다.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서 쉼터를 운영하는 세사르 아우구스토 카나베랄은 “쉼터가 넘쳐서 노숙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민자 유입이 많았던) 2018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감염 위험까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자들이 캐러밴이 아닌 소그룹으로 움직일 경우 범죄 피해에 노출될 위험도 더 크다.

지난달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에선 미국행 과테말라 이민자 16명을 포함한 19구의 불에 탄 시신이 발견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는 중단됐던 이민자 망명 절차를 재개하기로 하는 등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뒤집고 있지만, 불법 입국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붙잡힌 불법 입국자들은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남부 국경지역의 한 이민자 쉼터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