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궁-II, 실전서 30발 중 29발 요격…미국산 패트리엇의 4분의 1 가격에 신속 납품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II가 이란 전쟁에서 실전 데뷔를 치르며 한국 방산업체의 글로벌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를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 물결 공격을 가했을 때 천궁-II는 표적으로 삼은 30발 가운데 29발을 요격했다. 한국 언론과 정부 관계자가 전한 수치다.
이번 전쟁 첫 한 달간 요격된 전체 미사일·드론 수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하지만 두바이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정치권과 군사 전문가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천궁-II는 ‘하늘의 활’을 뜻하며 LIG넥스원이 제조한다. 요격 고도는 미국 레이시온의 패트리엇이나 록히드마틴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보다 낮은 구간을 담당한다. UAE에서는 현재 세 체계가 동시에 운용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 요인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 켈리 그리코에 따르면 천궁-II 요격미사일 1발 가격은 약 100만 달러로 패트리엇 PAC-3의 400만 달러에 비해 4분의 1 수준이다.
납품 속도도 빠르다. 미국 방산업체들이 공급 과부하로 수년씩 대기 기간이 생기는 반면 한국 업체들은 훨씬 신속하게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 켈리 그리코는 한국 방산업체가 외국에 무기 공장을 지어주고 기술도 이전하는 반면 미국 업체들은 지식재산권을 엄격히 보호하려 한다는 점도 한국 업체들이 각국에 매력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LIG넥스원의 수출 매출은 2021 회계연도 826억 원(약 5500만 달러)에서 2025년 9218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UAE,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와 주요 방산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첫 한 달 동안 LIG넥스원 주가는 약 45%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빠르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천무 다연장로켓체계 제조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페인과 자주포 개발 협력에 합의하고 루마니아에 장갑차 생산 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 4년간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폴란드와 총 15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 전쟁 첫 한 달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약 12% 올랐다. 같은 기간 록히드마틴과 레이시온은 전쟁 초반 주가가 급등했다가 결국 각각 약 6.5% 하락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유럽 NATO 회원국에 대한 무기 공급에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까지 한국을 세계 4위 방산 강국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한국 방산의 경쟁력은 1970년대 정부 결정에 뿌리를 둔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북한의 위협과 미군 감축에 대응해 방위산업을 처음부터 구축하기로 하고 현대, 삼성 등 대기업 재벌을 참여시켰다. 현대는 자동차로 유명하지만 장갑차도 생산한다. 삼성은 한화가 해당 사업부를 인수하기 전까지 한국군용 레이더 체계를 제조했다. 재벌의 수직 계열화 구조는 군수·민수 생산을 유연하게 전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K-디펜스 모니터 창립자 현민기는 “규모가 이미 갖춰져 있다. 꽤 오랫동안 구축되고 유지돼 온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방산업체들은 냉전 이후 수요 변동이 커 신규 공장 투자를 꺼려왔으며, 미국 제조업의 상당 부분이 중국으로 이전되면서 공급망이 취약해진 상태다. 록히드마틴 아칸소주 캠든 공장에서 PAC-3 요격미사일 하나를 조립하는 데 6주가 걸리지만 필요 부품을 모두 확보하는 데는 역사적으로 약 3년이 소요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록히드마틴은 올해 1월 PAC-3 연간 생산량을 현재 약 600발에서 2030년까지 2000발로 늘리기로 했으며 레이시온도 생산 속도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납품 지연 문제는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스위스에 주문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 5기의 납품이 우크라이나 우선 공급으로 수년 지연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스위스 군비국장 우르스 로어는 올해 2월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해 한국 방산업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다.
중동 전문 매체 하우스 오브 사우드의 기고 편집장 압둘 모하메드는 “미국 제조업체들은 1970~80년대 일본 제품이 미국 제품을 지속적으로 앞서기 전까지 일본 제품을 싸구려 모방품으로 무시했다”며 “한국 방산업은 비슷한 변곡점에 있다”고 분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업기반센터 소장 제리 맥긴은 “더 저렴하고 빨리 구할 수 있는 무기에 대한 명확한 시장이 열려 있고 한국이 그 공백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