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 중 아시아계 혐오 1년새 최대 증가

코로나19 영향 54% 늘어…애틀랜타 총격사건 배경 뒷받침

미국내 유색인종 가운데 아시아계에 대한 온라인상 혐오 공격과 괴롭힘이 최근 1년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24일 친유대계 인종차별철폐 운동단체 ‘ADL(Anti-Defamation League)’이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 중 17퍼센트가 지난 1년 동안 온라인상에서 성희롱, 스토킹, 신체적 위협, 폭행, 신상털기 또는 지속적인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6%에 그쳤던 전년 대비 54%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이 전체 유색 인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특히 응답자 절반은 ‘인종’이나 ‘민족성’을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호소했다.

ADL은 보고서에서 “미국내 아시아계에 대한 물리적 폭력의 증가는 국가 지도자들에 의해 부채질된 편협성과 음모론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다”며 “트럼프가 ‘중국을 대유행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선동적 언사’를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공식 석상에서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것을 이유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차이나바이러스’로 불러야 한다고 연설해 논란을 산 바 있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해 최근 소셜 미디어 기업들의 혐오 발언 퇴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내에서 반 아시아계 공격이 급증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 등 총 8명이 희생된 총격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총격 사건 이후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이 같은 인종 혐오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데 동참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실제로 주 경찰 당국이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의 범행 동기와 관련해 인종 혐오가 아닌 ‘성 중독’ 가능성을 제기하자, 조지아주 상원 의원인 존 오소프와 라파엘 워녹, 아시아계 하원의원인 비 응우옌과 그레이스 멍이 반(反) 아시아계 폭력 급증 규탄 목소리에 힘을 더하고 있다.

조나단 A. 그린블랫 ADL 대표는 “기술 기업들이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혐오 콘텐츠를 억제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용자 경험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번 조사로 나타났다”며 “많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미국인들이 온라인상의 혐오와 괴롭힘을 전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계속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DL은 아시아계 외에도 △유대인 △무슬림 △아프리카계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 등에 대해서도 설문를 진행했다. 아프리카계 응답자 중 23%가 온라인상 혐오 공격과 괴롭힘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고, 유대인 22%, 히스패닉 또는 라틴계 21% 순이었다. 아울러 인종 외 △성소수자(LGBTQ+) △여성과 △남성 등을 기준으로도 결과를 집계했다.

이번 조사는 ADL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해 올해 1월 7일부터 15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22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을 통해 진행됐다. 오차 범위는 ±2.1%다.

범한인 비상대책위원들이 19일 애틀랜타 총격사건이 벌어진 골드스파를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