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고 10년] 일본 농수산품 이제는 문제없나?

일본 정부, 안전 우려에 “근거없다” 강변…오염수 찬반 팽팽

후쿠시마 제1원전사고 발생 10주년이 다가오는 가운데 유출된 방사성 물질의 영향에 관한 한국과 일본의 인식 차이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주민이나 당국자들과의 인터뷰에서 들을 수 있었던 일본어인 ‘후효히가이'(풍평피해)에 한국과의 거리감이 투영돼 있다.

후효히가이는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의미한다.

연합뉴스가 2∼4일 후쿠시마에서 접촉한 일본인 중에는 후쿠시마 농산물이나 수산물이 시장에서 외면받거나 수입 금지되는 현상 등을 언급하면서 후효히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들이 꽤 있었다.

후쿠시마의 식품이 건강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후효히가이라는 표현 자체가 상당히 일방적이라고 느끼게 된다.

(후쿠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4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소재 오나하마어시장에서 시장 관계자가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생선에 얼음물을 쏟아붓고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한국이 후쿠시마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것을 후효히가이의 사례로 거론한다면 그는 ‘후쿠시마 수산물은 안전하며 수입 금지는 조치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취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안전성에 대한 양측의 평가가 달라서 생기는 현상임에도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 관점에서 현상을 규정한 것이다.

후쿠시마의 지자체 당국자들에게서 이런 태도가 상대적으로 강하게 감지됐다.

사카모토 히로시 후쿠시마현 나라하마치 부흥추진과 마을만들기 계장은 ‘현지에서 생산되는 식품이나 수산물 중 검사를 거쳐 출하되는 것들은 안전한데도 위험하다는 식으로 보는 것은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피해를 유발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표명했다.

안전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지적하자 사카모토 계장은 “일본국이 정한 기준을 토대로 그 기준보다 (방사선량이) 낮으면 우리는 안전하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스가이 도시키 나라하마치 생활안전대책과 방재교통계 주임주사는 “방사선량을 측정해 안전하다며 내놓은 것이라도 받아들이는 쪽에서 안심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그 역시 일련의 사안을 후효히가이라고 규정하고 근절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스가이 주임주사는 “후쿠시마가 아직 위험한 지역으로 보이겠지만 나라하마치는 방사선의 우려가 지금은 없고 사람들이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돼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이들이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발언에는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지만 당국의 이런 인식은 민간으로도 꽤 확산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 어업계는 지역 수산물에 대한 ‘편견’을 불식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사안에 접근하고 있다.

마에다 히사시(前田久) 오나하마(小名浜) 기선저인망어업협동조합 관리부 부장은 안전한 생선을 유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고서 3∼4일 이와키시에 있는 오나하마어시장에서 이뤄지는 검사 모습 등을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후쿠시마 어민들이 잡아 올린 생선에 대해 어업협동조합이 당국의 지도를 받아 자체적으로 방사선량 검사를 실시해 1㎏당 100베크렐(㏃) 이하이면 출하하고 25베크렐을 넘을 경우는 후쿠시마현이 정밀 검사해 50베크렐 이하로 판명될 때만 유통한다는 것이다.

마에다 부장은 “정부 기준은 100베크렐이지만 후쿠시마현은 엄격하게 수치를 절반으로 설정했다”며 “실수로 100베크렐을 넘은 생선이 시장에 나가지 않도록 체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등이 후쿠시마현의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 어협이 “이러쿵저러쿵할 것은 없다”면서도 “우선 착실한 검사체제나 안전을 위한 대응을 홍보하면서 정부 방침에 맡겨놓은 상태”라고 반응했다.

히라사와 가쓰에이 일본 부흥상은 4일 한국 언론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명회에서 “안전성에 문제가 없음에도 후쿠시마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심리적 불안감에서 소비자가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며 한국이 후쿠시마의 농림수산물을 수입하길 바란다는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지역사회 모두 후쿠시마 식품에 대한 기피가 ‘근거없는 불안’이라는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

애초에 처한 환경이 다르니 관점이 다른 것이지만 뒤집어 보면 구태여 후쿠시마 식품을 사들일 필요가 없는 타국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셈이다.

예를 들어 어종 별로 한 마리씩 선별해 실시하는 검사로 방사성 물질을 다량으로 포함한 생선의 유통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지는 의문인데 이런 점에는 그리 주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에서는 일본 정부 허용 기준치의 5배에 달하는 세슘이 검출됐다.

(후쿠시마=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3일 오전 일본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소재 오나하마어시장 검사소에 후쿠시마 앞 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이 양동이에 담겨 있다. 최근 일본 정부 기준치의 5배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조피볼락에서 나오면서 이 어종의 출하가 중단됐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른 후 희석해 해양 방출하는 구상에 대해서는 현지에서 찬성과 반대가 엇갈렸다.

후쿠시마 원전 작업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나가이 후미오(77) 씨는 전 세계가 원전에서 나오는 물을 바다로 내보내고 있다면서 “희석하면 안전하고 생선을 먹을 수 있다고 정부가 보증하고서 해양 방출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부 가쿠타(40) 씨는 “전문가들이 해양 방출해도 인체나 생태에 영향이 없는 정도라고 말했으니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이름을 밝히기는 부담스럽다고 한 이와키시의 한 주민(71)은 “우선 해양방출 외에 정말 다른 방법이 없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서 “희석해도 방사성 물질의 절대량은 바뀌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신뢰하느냐고 묻자 “(당국 설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믿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자기 지역에서 방류한다는 얘기는 안하고 있다”며 “만약 어디서 방류할지를 결정하면 즉시 강력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 국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의 한 고교생은 “아무리 희석해도 (방사성 물질이) 조금씩은 반드시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해양 방출이 두렵다고 반응했다.

지역 어민들은 오염수 방출이 시작되면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우려하고 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탱크 (후쿠시마 교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