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맞고 기절한 선수가 금메달…황당한 가라테

“진짜로 때리면 안돼”…공격한 선수 ‘반칙패’

하메디(오른쪽)가 응급 처치 받는 간자데를 지켜보고 있다
하메디(오른쪽)가 응급 처치 받는 간자데를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데뷔한 가라테 종목의 마지막 경기가 다소 황당하게 끝이 났다.

지난 7일 일본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대회 가라테 남자 75㎏ 이상급 구미테(겨루기) 결승전은 일방적으로 흘렀다.

사우디아라비아의 타레그 하메디(23)가 이란의 사자드 간자데(29)를 그야말로 압도했다.

하메디는 경기 시작 9초 만에 상대의 목을 발로 걷어차고 3점을 얻으며 4-1로 앞서나갔다.

의료진이 달려와서 의식을 잃은 간자데에게 산소마스크를 씌운 뒤 들것에 실었다.

심판들은 몇 분간 논의 끝에 하메디의 반칙패를 선언했다. 가라테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가라테는 다른 격투기 종목과는 달리 상대를 실제로 가격해서는 안 된다. 이것을 ‘슨도메’라고 한다.

상대방을 공격하되 타격 지점 5㎝ 앞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이다. 때리되, 때리지 말아야 한다는 이 규정을 가라테 선수들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는 접촉까지 허용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한 공격으로 상대 선수가 KO된다면 반칙패할 수 있다.

심판들은 하메디의 공격에 고의성이 있었느냐를 놓고 토의 끝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해 반칙패를 선언했다.

간자데는 의료실에서 금메달 소식을 들었다.

쑥스러운 금메달을 딴 간자데는 물론 허무하게 금메달을 놓친 하메디 둘 다 무표정하게 시상대에 올랐다.

하지만 앙금은 없었다. 두 선수는 포옹했고, 사진기자들을 향해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간자데는 “금메달은 기쁘지만 이렇게 따길 원치는 않았기 때문에 슬프다”고 말했다.

메달 시상식에서 서로 격려하는 하메디(오른쪽)와 간자데
메달 시상식에서 서로 격려하는 하메디(오른쪽)와 간자데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