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김인철 결국 낙마

전 외대 총장 “가족 미래 매도, 제자들 청문회 불려내는 가혹함 없애고 싶어”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후 결정적 흠결은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잇따라 제기된 특혜 의혹에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 가운데 첫 낙마 사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아빠찬스’가 없게 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공약과 달리, 바로 그 ‘아빠찬스’ 의혹 등으로 낙마하는 첫 사례가 나오면서 새 정부가 내세워 온 ‘공정’ 기조에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자진 사퇴...윤석열 정부 첫 낙마
김인철 자진 사퇴…윤석열 정부 첫 낙마

지난달 13일 김 후보자가 지명됐을 당시에는 ‘깜짝 인사’라는 평가도 나왔다.

윤석열 당선인은 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교육부 개혁과 고등 교육의 혁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청년 세대에게 ‘공정’한 교육의 기회와 교육의 다양성을 설계해 나갈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가 외대 총장을 지내면서 학생들과 마찰이 있었고 교비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전력이 있지만 낙마할만한 ‘결정적 흠결’은 없다는 목소리가 컸다.

특히 지명 당시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의대 편입학 논란이 거세 김 후보자는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다.

대학 총장 출신인데다 사총협과 대교협을 이끈 경험 덕에 교육계 상황을 잘 알고 특히 평소 그가 대학 자율화를 지론으로 펼쳐왔던 점에 비춰 향후 교육부 조직개편이 대학 자율화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명 일주일만인 지난달 20일께 딸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 사실이 알려졌을 당시에도 논란이 확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적었다.

하지만 배우자가 풀브라이트 장학사업을 통해 미국에서 교환 교수로 재직한 사실에 이어, 지난달 26일에는 아들까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상황이 급반전됐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미국 정부가 세계 160개국에서 각국 정부와 함께 출연해 운영하는 장학 프로그램으로 역사가 깊고 장학금 규모가 커 선발 경쟁이 치열하다.

김 후보자는 딸과 아들이 공정한 선발 절차를 거쳐 장학금을 받았다고 해명하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라고 여러 차례 반박했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정호영 후보자 자녀를 둘러싼 ‘아빠 찬스’ 의혹에 여론이 민감한 상황인 만큼 교육계와 정치권에서는 낙마를 점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딸의 강남 8학군 진학을 위해 생년월일을 바꿨다는 의혹도 나왔다.

한국외대 총장 시절 학생들과 갈등을 빚었던 점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와 김 후보자의 발목을 잡았다.

한국외대는 2015년 각 학과를 통해 재학생 가운데 ▲ 2급 이상 고위공무원 ▲ 국회의원 ▲ 판사·검사·변호사 ▲ 대기업·금융권 상무 이상 임원 등을 학부모로 둔 학생이 있는지 조사했는데 김 후보자가 ‘금수저 학생’을 조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가 한국외대 총장 시절 법인카드로 골프장 이용료 등을 결제해 교육부 감사에서 지적받은 점, 성희롱 교수에게 장기근속 표창을 했던 점, 재정난에 따른 업무추진비 삭감 약속을 어긴 점 등도 알려졌다.

군 복무기간과 석사학위 기간이 겹친 점은 물론 논문 표절 의혹까지 나오는 등 교육수장으로서 자질과 도덕성이 의심된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비판이 전방위로 확산하자 김 후보자는 지명 20일만인 3일 자진해서 사퇴했다.

딸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 사실이 알려진 지는 약 2주일, 아들의 수혜 사실이 알려진 지는 약 1주일 만이다.

김 후보자는 사퇴 의사를 밝히며 별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지만 이후 교육부 대변인실을 통해 짧게 사퇴 이유를 내놨다.

그는 “가족의 미래까지 낱낱이 매도당할 수 있다는 염려가 있었다”며 “사랑하는 제자들까지 청문 증언대에 불러내는 가혹함을 없애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교육부가 전했다.

자녀들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논란에 이어, 김 후보자가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과 이른바 ‘방석집’이라고 불리는 음식점에서 논문 최종심사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외대 총장 시절 학생들과 마찰이 컸다는 점은 알려져 있었지만, 온 가족이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는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아빠 찬스’ 의혹이 계속 나오니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