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주한인 이민 119년…애틀랜타는 ‘조용’

1903년 1월13일 102명 하와이 첫 도착…지금은 263만여명 맹활약

코로나 속 이민사 되새기는 기념행사 열어…애틀랜타는 행사 연기

102명의 한인을 태우고 하와이에 간 게일릭호 [국가기록원 제공]
13일은 119년 전인 1903년 대한제국 젊은이 102명이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이민이자, 미주 한인 이민 역사의 시작점이다.

캘리포니아주 정부를 비롯해 로스앤젤레스(LA)시 정부 등은 이날을 기념해 지난 8일 LA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한인의 날'(Korean American Day) 선포식을 개최했다.

한인 최석호, 새런 쿼크-실바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기념 결의안이 주 상·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결과 이날 선포식이 열리게 됐다.

메릴랜드주 정부는 앞서 6일 주 청사에서 래리 호건 주지사가 참가한 가운데 ‘한인의 날’을 선포하고 기념행사를 열어 축하했다.

한인 단체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이민 119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 대담 등의 기념행사를 마련했다.

뉴욕한인회(회장 찰스 윤)는 13일 오후 7시 온라인에서 한인 이민 역사를 알리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특별 대담을 진행한다.

대담에는 찰스 윤 회장과 이민사 전문학자인 장태한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 소수인종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한인 차세대들을 위해 영어로 진행하며, 한인회 홈페이지(www.kaagny.org)에서 생중계한다.

미주한인재단 워싱턴 지부(회장 이미셀)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매년 개최하던 연방 의사당이 아닌, 워싱턴 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이날 ‘한인의 날’ 행사를 연다. 현장 참여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워싱턴주 한인의 날 축제재단(이사장 홍승주)은 앞서 9일 페더럴웨이 공연예술센터에서 한인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축하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미주한인재단 애틀랜타 지부(회장 마이클 박)는 이날 별도의 행사를 개최하지 않는다. 지부 관계자는 “오미크론 확산으로 행사를 열기 어려워 일단 추후로 연기했다”면서 “구체적인 행사 계획이 잡히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예년에는 조지아 주의회에서 한인의 날이 선포되고 애틀랜타 국제공항에서 한복 퍼레이드 등이 개최됐었다.

노래와 춤, 풍물놀이 등을 펼친 이 공연은 한인미술인협회, 페더럴웨이 한인학부모협회, 청소년심포니오케스트라, 워싱턴주 한미연합회, 샛별예술단 등 한인 단체들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한인들은 이러한 기념행사 등을 통해 미국 한인 이민 역사 119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기 위해 이민선에 올랐던 한인은 1903년 102명을 시작으로 1905년 8월 8일까지 모두 7천226명에 달했다.

한인들은 새벽부터 매일 12시간 동안 사탕 수숫대를 자르는 노역과 말도 통하지 않는 농장 감독자들의 비인간적 처우, 부당한 횡포에 시달리면서도 한인교회를 세워 공동체 결속을 다지고, 피땀 흘려 번 돈을 모아 독립자금에 보탰다.

혼기가 찬 한인들은 사진만 보고 혼인을 정한 이른바 ‘사진 신부’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다. 남편들은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고, 부인들은 삯바느질과 세탁 등으로 생계를 돕고 2세들을 길렀다. 한인 학교가 생겨났고, 일부 한인들은 본토로도 진출해 LA와 샌프란시스코 등지로 퍼져나갔다.

이후 119년이 지나는 동안 재미동포 사회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2021년 외교부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재미동포는 263만3천777명에 달한다. 이는 중국(235만422명)보다 많은 수이다.

한인 2∼4세들은 정치, 경제, 문화 등 각 분야에서 주류사회에 기여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민 100년이 되던 해인 2003년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사업회’는 ‘미주 한인의 날'(The Korean American Day) 제정을 결의했다.

이 사업회를 바탕으로 출범한 미주한인재단은 제정안을 각계에 청원했고, 2005년 연방의회 하원과 상원은 차례로 제정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주한인재단은 이후 매년 1월 13일을 기해 전국적으로 ‘한인의 날’ 기념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최근 선포한 결의문에서 “많은 한인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에서 복무했으며, 재정, 기술, 법률, 의학, 교육, 스포츠, 미디어, 예술, 정부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미국과 캘리포니아에 공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연 대표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