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소송 막기 위해 원고는 물론 변호사에도 법적 제재
소송 남발하면 처벌…공인은 명예훼손 소송 사실상 불가능
본보 이상연 대표가 한국 매체 뉴스버스에 기고한 칼럼을 전재한다./편집자주
지난 2005년 워싱턴 DC의 지역 판사였던 로이 피어슨은 한인 세탁소 주인 정기남씨가 실수로 자신의 양복 바지를 늦게 돌려줬다는 이유로 무려 6,700만달러(한화 약 88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같은 소송이 제기되면 피고 측은 법원에 소송 자체를 받아 들이지 말라고 요청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재판부가 여러 원칙을 따져 먼저 소송 자체를 기각한다. 법원은 여러 원칙 가운데 특히 해당 소송이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입을 막으려는 목적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 대부분의 무가치 소송이 법적인 메리트가 없는데도 이같은 이유 때문에 제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판사가 스스로 변호인이 돼 시작한 한인 세탁소 소송 이후 미국 법원들은 무가치 소송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최근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YTN 상대 3억원과 5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는데, 미국은 공인의 경우 이러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인에 대한 언론 보도가 사실이 아닌 허위일지라도 언론사의 악의적인 의도를 증명하지 않는 한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악의를 입증할 책임은 원고인 공인에게 온전히 전가되며, 이러한 법적 책임을 알면서도 소송을 제기하면 무가치 소송 당사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
미국 뉴욕주와 조지아주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위자현 변호사는 “법원이 무가치 소송으로 판단해 소송을 기각하더라도 소송을 당한 피고는 추후 원고를 상대로 무고혐의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서 “한국도 불필요한 소송 남발을 예방하는 한편 언론에 대한 공인들의 보복성 소송을 막기 위해 무가치 소송 금지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