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오르는게 없다…소비자물가 13년만에 최대폭 상승

4월 지수 전년보다 4.2% 폭등…인플레이션 논쟁 재가열

중고차값 10% 올라 역대 최고…목재는 무려 124% 올라

미국에서 빠른 경제 회복과 주요 원자재, 부품의 공급망 교란 탓에 소비자 물가가 크게 치솟고 있다. 특히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에 대한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 CPI 전월비 0.8% 올라…예상 0.2% 대폭 상회

연방 노동부는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2% 올랐다고 12일 밝혔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13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6%를 웃돈 상승폭이다.

전월 대비로는 0.8% 상승해 역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0.2%를 크게 상회했다. 이는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는 3월보다 0.9% 상승해 시장 전망치(0.3%↑)를 상회했다. 전년 동월보다는 3.0% 올랐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월 대비 0.9%의 근원 CPI 상승률은 1982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중고차 가격이 역대급으로 치솟은 가운데 거의 전 분야에 걸쳐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고차 가격은 10% 폭등했는데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3년 이후 최대폭이다. 중고차 급등은 지난달 CPI 상승분에서 1/3를 차지했다. 전세계 반도체 부품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줄면서 중고차 시장으로 수요가 몰린 덕분

전년 동월 대비로 소비자 물가가 급등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초기였던 지난해 4월 자택 대피 명령이 내려지고 대부분의 상점과 관공서가 문을 닫은 여파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승폭이 시장 전망을 넘어서고 전월보다도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는 사실은 미국의 경제 정상화 속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미 언론은 해석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과 이에 따른 신규 확진자 감소로 소비자들의 억눌린 수요가 폭발하고 기업들의 경영 활동이 재개되면서 물가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와 목재, 구리, 철강 등 주요 부품과 원자재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공급 부족 현상을 보이는 것도 물가 오름세를 부채질한다.

CNBC 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 목재는 124% 폭등했고, 경제활동의 척도인 구리도 36% 급등했다.

이에 따라 올해 물가 오름세를 “일시적인 상승”이라고 치부하며 완화적 통화정책 지속 의지를 천명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물가 지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연준이 예정보다 조기에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거나 금리인상을 고려한다면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술주 위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는 이날 오전 9시55분 현재 전장보다 156.29포인트(1.17%) 내린 13,233.13을 기록 중이다.

인플레 공포에 뉴욕증시의 3대 지수들은 일제히 2%대로 급락했다. 연준의 리차드 클라리다 부의장까지 이날 CPI 보고서 이후 “놀랐다”며 “미국 경제에 억눌린 수요가 있으며 이러한 수요에 맞춰 공급이 늘어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 인플레이션 일시적 혹은 장기 추세?

인플레 공포가 증시를 덮쳤지만,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가격 급등이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예상을 크게 상회한 인플레이션의 최대 동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은 항공, 호텔 업계였기 때문이다. 또, 지난달 중고차의 가격을 사상 최대폭으로 끌어 올린 공급망 정체는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존스홉킨스대의 로버트 바베라 금융경제학센터장은 4월 CPI 보고서 이후 “인플레이션 문제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생산력이 있고 공장 가동복구에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부양 지원과 막대한 예금에 급증한 소비는 공급부족, 원자재 가격 급등과 충돌했고 구인난은 임금 상승을 일으켰다.

이퀴티캐피털의 스튜어트 콜 수석 매크로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시장과 반대에 서서 얼마나 오랫동안 완화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을지가 최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들이 비고용인구를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 임금을 올리기 시작한다면 연준의 일시적 인플레이션 주장은 큰 구멍이 생기게 된다고 그는 예상했다.

뉴저지주의 한 주유소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