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흑인 시위에 겉으론 찬성하지만…

뿌리 깊은 반흑인 정서도 분명히 존재

흑인 시위로 아시아인 위치 논쟁 가열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다인종 사회인 미국의 미묘한 갈등관계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차별을 당했던 미국내 아시안 커뮤니티는 공식적으로는 플로이드의 죽음에 앞장서 참여하고 있지만 내부의 뿌리깊은 반 흑인 정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아시아계 미국인들 ‘공모자’ 논쟁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뉴욕시립대 퀸즈 칼리지의 프랭크 우 총장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면서 “편들지 않겠다고 하면 사람들이 편드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기 때문에 중도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지역 사회는 플로이드나 아머드 아버리 등 억울한 미국 흑인들의 죽음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개혁과 시위를 대체로 지지해왔다. 하지만 막후에서는 이 사태에 대해 자신들이 공모자는 아닌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스턴에 본부를 둔 단체인 아시아계미국인위원회(AAC)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아시아 및 태평양섬 출신(AAPI) 미국인 공동체 내 반흑의 깊은 뿌리를 언급해 이 논쟁을 촉발시켰다.

AAC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소수 민족’이라는 사실에서 이득을 얻으면서 역사적으로 백인의 특권에 가까운 특권을 누려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로이드가 살해된 동안 아시안계 경찰관이 옆에 지키고 서있었던 사실은 끔찍하고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플로이드의 죽음에 연루된 4명의 경찰관 중에는 라오스 몽족 출신 경관 투 타오가 포함되어 있다. 이 성명 후 흑인들에게 줄 마스크를 살 기금을 모았던 한 아시안 단체는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아시아인들이 눈총을 받는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말을 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 젊은층 “반흑인적 말과 고정관념 많았다” 지적

또 미국 예일대 학생 아일린 황은 온라인에 글을 올려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만연한 반흑정서를 통제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에게 폭력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흑인과 친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흑인들은 너무 많은 범죄를 저지른다’는 등의 말을 가족이나 친척, 친구들로부터 오랫동안 들어오며 반흑인적인 말과 고정관념을 유지해왔다”고 썼다.

이 발언은 또 세대간 갈등을 불러왔다. 한 중국계 미국인은 위챗 게시물에서 “중국계 미국인들은 미국에 와서 당신이 상상할 수 없는 인종차별에 맞서 싸웠고 새로운 언어와 문화의 도전을 극복했다”면서 “우리와 싸우자고 할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이 우리를 더 잘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썼다.

아시아계 미국인인 캘리포니아 주립대 러셀 증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가 어려웠다”면서 “그래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M)는 이 운동에서 자신이 백인인지 흑인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 교수는 “그 이유는 우리가 흑인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사람들이 미국에는 백인이나 흑인말고 아시아인이라는 또 다른 위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고 관련 기소된 4명의 경찰관
왼쪽부터 투 타오, 데릭 쇼빈, J 알렉산더 킁, 토머스 레인 [미네소타주 헤네핀 카운티 셰리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