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노인 희생으로 ‘집단면역’ 실험 성공?

텡넬 보건청장 “코로나19 정점 찍고 신규 확진자 급감”

‘마스크 무용론’ 거듭 주장…항체생성비율 여전히 저조

인구 비슷한 조지아 확진자의 절반…사망은 훨씬 많아

스웨덴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 사례가 급감하고 있다. 다른 국가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징후가 나타나는 것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바이러스가 통제됨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 보도했다.

스웨덴 방역 책임자인 감염병학자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은 이날 스톡홀름에서 취재진에게 “스웨덴이 이 정도 수준으로 내려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하는 안데르스 텡넬 공공보건청장(가운데) [AFP=연합뉴스]

스웨덴 보건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률은 지난 6월 말 정점을 찍고 급격하게 하락하는 흐름이다. 텡넬 공공보건청장은 스톡홀름에서 기자들에게 코로나19 확산세와 관련, “곡선이 내려가고 있고 중증 환자 곡선은 거의 ‘제로’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실패 판정’을 받은 집단면역이 모처럼 긍정적 성과를 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정점을 찍었던 스웨덴의 코로나19 감염률은 이후 급격하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진단검사 수도 증가했다.

스웨덴 보건당국은 28일 코로나19 사망자가 2명 추가되면서 누적 5702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누적 확진자는 7만9494명으로 집계됐다. 스웨덴의 인구는 미국 조지아주와 비슷한 1020만명이다. 조지아주의 경우 29일 현재 확진자가 스웨덴보다 2배 이상 많은 17만5052명이고, 사망자는 2000명 이상 적은 3563명이다.

이 같은 상황 진전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스웨덴이 전면적인 봉쇄(full lockdown)를 거부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이른바 ‘집단 면역’ 결정으로 몇개월 간 논란을 빚은 뒤 나왔다.

집단 면역 정책 탓에 스웨덴에서는 다른 북유럽 지역보다 훨씬 높은 치명률이 보고됐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미국과 브라질을 넘어섰다.

집단면역의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기존의 ‘마스크 무용론’도 재확인했다.

텡넬 청장은 “스웨덴에서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면서 “공공 대중교통 시설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 숫자가 매우 빠르게 줄어드는 스웨덴에서 우리는 마스크를 쓸 의미가 없다고 본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그렇다”고 말했다.

텡넬 보건청장은 그동안 갑작스러운 전면적인 봉쇄보다는 스웨덴의 코로나19 방역 접근법이 더 지속 가능하다고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코로나19가 수년 동안 계속될 수 있는 상황에서 완전한 봉쇄는 장기적으로 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항체 보유율이 60%에 이르면 집단면역의 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4월 말 당시 수도 스톡홀름 주민의 항체보유율이 7.3%에 머물면서 집단면역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오히려 인구 1020만명인 스웨덴에서 지금까지 5700여명이 숨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희생자들의 대다수는 요양원 등지에서 생활하는 병약한 노인들인 터라 스웨덴이 가장 취약한 이들을 희생시켜 집단면역을 지향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없는 스웨덴의 풍경. 스웨덴의 느슨한 방역조치를 두고 집단면역을 지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굳어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