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카 대명사 페라리도 “변해야 산다”

반도체 전문가 CEO로 영입…전기차 등 미래 시장 대응 전략

고급 스포츠카의 대명사인 이탈리아 페라리가 반도체·전자 부문 전문가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응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ANSA·AP 통신 등에 따르면 페라리는 9일(현지시간) 유럽 최대 반도체 제조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의 고위 임원 출신 베네데토 비냐(52·이탈리아)를 새 CEO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비냐 신임 CEO는 오는 9월부터 페라리를 이끌게 된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산업 및 자동차에 쓰이는 반도체·전자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비냐 신임 CEO는 1995년부터 26년간 이 업체에서 일해왔으며, 특히 전자 센서 부문에 전문성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에 처음 적용된 센서 개발에 참여하기도 했다.

페라리는 비냐 신임 CEO가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키는 반도체산업의 심장부에서 일하며 얻은 지식을 토대로 페라리의 기술 선도 역량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페라리가 1929년 창립 이래 전통적인 자동차 영역 밖에서 CEO를 영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문가들은 페라리가 내연기관 차량 일변도에서 벗어나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를 두고 “100년 역사상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목도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테크놀로지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일”이라고 짚었다.

2018년 7월부터 2년 넘게 페라리 CEO를 맡은 루이스 카밀레리는 전기차 생산 확대 등에 다소 미온적이었으나 그가 작년 12월 돌연 자리에서 물러나고 존 엘칸 회장이 임시 경영체제를 이끌게 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는 분위기다.

엘칸 회장은 지난 4월 지속가능한 이동성이 핵심이 된 만큼 올바른 방향의 기술적 능력이 필요하다면서 전기차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시판 중인 페라리는 2025년에야 첫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기차 시장 대응에 다소 늦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페라리의 로고.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