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에 묶였던 6세 난민 소녀,끝내 숨져

시리아 난민캠프서 폭행·감금돼…배고파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

NYT “인도주의적 재앙 조명”…10년째 이어지는 내전, 종식 요원

쇠사슬을 들고 있는 6살 시리아 난민 날라 알 오트만. 그는 사진이 찍힌지 몇달이 지나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쇠사슬을 들고 있는 6살 시리아 난민 날라 알 오트만. 그는 사진이 찍힌지 몇달이 지나 음식을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제공]

머리가 헝클어진 여아가 쇠사슬을 들고 서 있다. 제대로 씻지 못한 듯 옷과 신발에 흙이 묻었고 얼굴도 깨끗하지 않다.

사진 속 아이는 6살 날라 알 오트만으로,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의 난민캠프에서 지냈다. 캠프 안을 멋대로 돌아다니지 못하게 아버지가 쇠사슬로 묶어두곤 했다고 한다.

날라는 사진이 찍힌 지 몇 달 후 숨졌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던 그는 배고픈 와중에 음식을 너무 급하게 먹다가 질식사했다.

날라는 아버지로부터 쇠사슬에 묶이고 폭행당했을 뿐 아니라 아기 침대 위에 철문을 덮어 만든 ‘우리’ 안에 감금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의 사진이 유포되며 공분이 일자 아버지는 결국 당국에 구금됐으나, 별다른 혐의를 적용받지 않고 몇 주 후 석방됐다.

그는 날라를 간혹 쇠사슬에 묶어뒀다고 인정했지만 날라가 옷을 벗고 아침저녁으로 캠프를 돌아다녀서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캠프 측은 날라가 학대당한다는 사실이 수용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모두가 생존을 위해 분투하느라 날라를 신경 써줄 겨를이 없었다고 전했다.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살았던 6살 날라의 생전 모습
시리아 난민 캠프에서 살았던 6살 날라의 생전 모습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제공]

NYT는 “난민들은 임시 숙소에서 지내며 더위, 추위,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시리아 정부군과 러시아군이 언제든 다시 습격할 수 있다는 공포 속에 산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동들은 식량과 의료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해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국제 아동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측은 NYT에 아동·청소년 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11세 이하 어린이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날라의 가족이 있는 캠프 역시 몇 달간 쓰레기가 수거되지 않았고 식수 부족이 이어져 왔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인도주의적 재앙을 낳은 시리아 내전은 종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시리아 내전은 ‘아랍의 봄’ 민중봉기가 중동 전역에 번진 2011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촉발됐다.

알아사드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며 시위는 내전으로 변했고,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와 러시아가 개입하면서 시리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내전은 10년째 지속하면서 러시아와 이란은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고 터키는 반군을 돕는 등 지역 영향력 확보를 위한 외세의 대리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의 한 난민캠프에서 사는 소년 모습
지난 8일 시리아 북부 이들립주의 한 난민캠프에서 사는 소년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yo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