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ITC, ‘세탁기 세이프가드’ 연장 투표

25일 오전 11시…지난 8월 미국업체 월풀 ‘연장 청원’

삼성·LG 동남부 공장 정상 가동…”영향 제한적” 예상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세탁기 세이프가드(Safeguard·긴급수입제한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짓는 투표를 25일 실시한다.

최근 대선 결과에 따라 세이프가드 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2월이면 조 바이든 당선인이 대통령직을 수행할 예정인 가운데 IT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ITC는 동부시간 25일 오전 11부터 가정용 대형세탁기(LRW) 세이프가드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투표는 지난 8월 미국 대표 가전업체인 월풀(Whirlpool)이 ITC에 세이프가드 연장을 요청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비롯됐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 장벽 중의 하나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지난 2017년 월풀의 청원으로 조사가 시작돼 3년 기한으로 2018년 2월 7일 발효됐다.

3년를 맞은 올해는 10㎏ 이상 대형 가정용 세탁기 완제품 수입 기준 120만대 쿼터 내에서 16%, 그 이후 물량은 40% 관세가 부과된다.

월풀이 지난 8월 세이프가드 연장 청원을 낸 것을 두고 가전업계에선 내년 2월 종료를 앞두고 경쟁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월풀은 국내기업인 삼성전자, LG전자를 겨냥하며 “해외 업체들의 무분별한 세탁기 수입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업계 추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업체별 세탁기 점유율 측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월풀을 따돌리고 1~2위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프가드 조치에도 불구하고 월풀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한 데는 국내 기업들의 발빠른 대응도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세이프가드 발효를 앞둔 2018년 1월부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세탁기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3년여간 현지 직원 1200여명을 채용하고 4억7000만달러(약 5200억원)의 누적 투자가 이뤄졌다.

LG전자도 2018년 8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연간 120만대 생산이 가능한 규모의 세탁기 공장 착공에 나섰고 2019년 5월 준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이미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설립하며 세이프가드 조치에 적절하게 대응했다”면서 “일자리 창출까지 더해지며 미국 정부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건은 ITC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와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이다. 가전업계에서는 ITC가 어떤 결과를 내놓든 삼성, LG가 현재 펼치고 있는 사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더욱이 최근 미국에서 치러진 46대 대선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다는 점에서 IT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ITC의 투표는 즉각 효력을 갖지 않고 미국 대통령에게 ‘권고사항’으로서 전달된다. 이를 토대로 대통령이 직접 세이프가드 발효 및 연장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특히 세이프가드가 당초 예정대로 종료되는 내년 2월이면 새로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에서 과연 ITC가 전임 정부에서 도입했던 무역장벽 조치를 연장할 수 있느냐에 이목이 쏠린다.

앞서 월풀이 ITC에 세이프가드 연장을 요청한 지 사흘만인 지난 8월 6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에 있는 월풀 세탁기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외국산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자랑스럽게 서명했다”며 보호무역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서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현지 경제회복을 이유로 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연장이든 예정대로 종료든 관계없이 국내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생활가전 공장에서 직원들이 세탁기를 생산하는 모습(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