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트 테이프로 눈과 손 감긴 상태서 애플워치 신고
구덩이에 파묻힌 채 얼굴에 떨어지는 흙 털어내
‘풀려나면 또 죽이려 할거야’ 보석 허용 금지 호소

워싱턴주에서 별거 중인 남편에게 숲속으로 납치됐다 탈출한 한인 여성 안영숙(42)씨가 생매장 상태에서 겨우 도망 나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본보기사 링크).
지역 언론(King5)에 따르면 법원에 제출된 자료에서 부인 안 씨는 16일 오후 1시경 두 자녀들과 함께 교회를 다녀온 뒤 접근금지명령을 어기고 찾아온 남편 안채경(53)씨와 만났다고 했다.
안채경씨는 이혼과 돈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부인 안 씨가 자녀들을 잠시 집에서 내보내자 화를 내기 시작했고 안영숙씨는 그런 남편에게 집에서 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남편 안 씨는 부인에게 여러 차례 주먹을 날리고 폭행한 후 덕트 테이프로 부인의 손을 묶고 눈과 입을 가렸다.
이 과정에서 부인 안 씨는 애플워치로 911과 가족, 지인 등에게 비상 알림을 보내 신고했다.
부인 안 씨는 이후 차에 태워져 숲속으로 끌려갔고 남편 안 씨가 파 놓은 구덩이에 묻혔다. 안영숙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자신을 생매장 하기 위해 몸 위에 흙을 뿌릴 때마다 얼굴이 땅에 묻히지 않도록 계속 몸부림을 쳤다고 증언했다.
또 땅 속에 얼마나 오래 묻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몇 시간은 있었다고 진술했다.
깜깜한 밤이 찾아왔고 17일 이른 새벽, 가까스로 팔에 묶여 있던 덕트 테이프를 풀게 된 안영숙씨는 남편이 차량에 타 있는 틈을 타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도망치기 시작했고 20-30분 내달리다 처음 발견한 민가의 문을 두드려 구조됐다.
안채경씨는 같은 날 숲속에 산책 나온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됐으며 1급 살인미수, 1급 유괴, 1급 폭행, 협박 등의 혐의를 받고 서스턴 카운티 교도소에 수감 조치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8일 레이니어 로드와 스테드먼 로드 인근 숲속 나무 아래서 안영숙씨가 묘사한 무덤 형태의 구덩이를 발견한데 이어 구덩이 속에서 덕트 테이프와 안영숙씨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안영숙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판사에게 “남편이 풀려나면 또다시 나를 죽이려 할 것이다. 나는 정말 너무 두렵다” 며 자신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 남편 안 씨에게 절대 보석을 허용해주지 말아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