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공기질 세계 최악…”담배 20갑 흡연 수준”

산불 사망자 35명으로…잿가루가 비처럼 내리기도

대형 산불이 강타한 서부 지역의 공기질(Air Quality) 수준이 전 세계 도시들 중 최하위권으로 평가됐다고 CNN방송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 환경보호국(EPA)은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워싱턴주 시애틀,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공기질이 전 세계 주요 도시들 중 가장 나쁜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EPA는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의 공기질에 대해 “나쁨(unhealthy·빨간색) 수준이라며 “공기가 연기로 가득 차 있다”고 평가했다.

EPA는 “나쁨 수준은 ‘모든 사람이 약간의 건강상의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노약자나 어린이, 기저질환자 등 민감한 그룹의 구성원들에게는 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3일 화재 발생 지역의 공기질을 “담배 20갑을 피우고 있는 것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포틀랜드는 ‘공기를 들이마시는 사람 누구나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매우 나쁨”(very unhealthy) 수준으로 평가됐다.

교외 지역의 상황은 더 나빴다. 산불이 난 곳과 직접 맞닿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EPA는 미국 오리건주와 워시턴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일부에 ‘위험'(hazardous) 경보를 발령했고, 오리건주의 주도인 세일럼에는 외출자제령이 내려졌다.

CNN은 “정확한 AQI 수치는 계속 변하고 있지만, 한동안 ‘나쁨'(unhealthy)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강풍이 계속되고 있어 이번주 내내 산불과 짙은 연기가 태평양 북서쪽을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서부 해안 주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계속 번지며 500만 에이커(약 2만234㎢) 이상이 잿더미가 됐다. 남한 영토(10만210㎢)의 20%를 넘어서는 면적이다. 이번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35명으로 늘었다.

35명의 사망자 중 24명이 캘리포니아주에서 나왔고, 나머지 10명은 오리건주, 1명은 워싱턴주에서 각각 발생했다.

이번 산불로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집에서 내몰려 대피했고 숲과 들판, 마을은 폭발 사고 현장처럼 변했다. 하늘은 뿌연 유독가스로 덮인 가운데 일부 지역에는 잿가루가 비처럼 내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예측할 수 없는 돌풍이 불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기상예보관들은 오리건주의 해안가에서 느리게 이동하는 폭풍 전선이 이번 주 내내 머물면서 연기를 몬태나·아이다호주나 캐나다까지 밀어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캘리포니아주 아카디아 지역으로 ‘밥캣 화재’가 접근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