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많이 맞았다”…미국 ‘특허괴물’에 소송

‘롱혼IP’ 상대 캘리포니아 북부지법에 특허침해 무효 소송

2019년 7월 “소송금지” 양사 합의…삼성 “계약파기” 주장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특허전문관리업체(NPE·Non Practicing Entity)인 ‘롱혼IP(Longhorn IP)’를 상대로 반도체 ‘특허침해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양사가 한차례 소송을 벌이다가 모든 소를 취하하며 앞으로 상호간에 추가적인 법적 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계약을 맺었는데, 최근 롱혼IP 측이 이같은 합의 내용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2019년 특허소송을 제기했다가 소 취하 및 ‘추가 소송 제기 금지’ 계약을 맺었던 특허전문관리업체(NPE) ‘롱혼IP(Longhorn IP)’ © 뉴스1

 

특히 롱혼IP 측이 삼성전자에 의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가 지난해까진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소유였다가 올해 롱혼IP 자회사에 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한국 본사와 미국 자회사인 삼성반도체(SSI)는 지난 20일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롱혼IP와 자회사 ‘트렌천트 블레이드 테크놀로지'(TBT·Trenchant Blade Technologies LLC)를 상대로 특허 비침해(Judgment of Non-infringement)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을 통해 삼성전자는 “피고인 롱혼IP 측이 주장하는 특허에 대한 비침해 여부 판단과 더불어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며 피고와 맺은 계약에 따라 삼성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입증해달라”고 밝혔다.

양사가 지난해 합의를 통해 서로간에 특허침해를 이유로 더 이상 소송을 내지 않기로 했는데 롱혼IP 측이 최근 일방적으로 이를 어겼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주장이다.

삼성전자가 제기한 소송의 발단은 2019년 5월부터다. 롱혼IP의 반도체 특허전문 자회사인 카타나 실리콘 테크놀로지(Katana Silicon Technologies)는 현지시간으로 2019년 5월 31일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특허침해 혐의로 삼성전자 본사와 미국 오스틴 파운드리 법인 등을 제소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7월 4일 KST 모기업인 롱혼IP와 소송 취하 계약을 맺었다. 해당 계약에는 롱혼IP가 미래에 획득하는 특허와 관련해 삼성전자 및 그 자회사들에 추가로 소송을 내지 않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실제 KST가 2019년 7월 31일에 소를 취하하며 사건은 종결됐다.

KST는 2019년 12월엔 대만의 TSMC를 상대로 별도의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계 점유율 과반을 차지하는 1위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경쟁 관계에 있다. KST가 소송 제기한 지 3개월여가 흐른 지난 3월 KST 모기업인 롱혼IP는 TSMC와도 ‘상호협력’ 계약을 맺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특허괴물’ 업체인 KST가 글로벌 반도체 선도기업인 삼성전자, TSM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합의를 통해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통상적인 과정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롱혼IP와 TSMC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롱혼IP가 올해 1월 설립한 자회사이자 최근 삼성전자에 의해 피소된 TBT가 TSMC 소유의 미국 특허 3건(특허번호 7494846, 7056821, 6720619)을 이전받은 것이다.

이를 두고 삼성전자 측은 “KST나 롱혼IP 등 TSMC와 직접적으로 소송과 관련이 없는 데다가 설립된 지 두달밖에 되지 않은 법인(TBT)에 특허가 이전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9일 롱혼IP 측은 TBT를 대표해 삼성전자에 “TBT 소유의 반도체 특허 포트폴리오를 위반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송했다. 앞서 TSMC로부터 이전받은 특허 3건을 ‘무기’로 활용한 셈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합의한 내용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TBT도 결국 롱혼IP의 자회사이기 때문에 포괄적인 의미로 삼성전자와 맺은 ‘계약’ 대상에 해당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롱혼IP 측은 “TBT는 계약과 무관한 업체”라며 소송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삼성전자와 롱혼IP 측은 장기간 화상회의 방식으로 최근까지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TBT가 TSMC로부터 이전받은 뒤에 도용당했다고 주장하는 특허 3건은 삼성전자의 D램과 시스템 반도체 ‘엑시노스’ 등을 생산하는 데 활용되는 기술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맞소송을 통해 “피고가 주장하는 특허 3건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재판부가 선언적 판단을 내려달라”며 특허침해 주장의 부당함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TBT도 롱혼IP의 자회사로서 사실상 소송 취하 계약의 당사자에 해당된다”며 “피고가 주장하는 특허침해에 대해 삼성전자가 책임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달라”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간 숱한 소송전에 휘말렸던 삼성전자도 정당한 계약에 따른 합의를 파기하는 특허괴물 업체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참지 못하고 소송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가동에 들어간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의 평택 2라인.삼성전자의 평택 2라인은 연면적이 12만 8900㎡(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이다. (삼성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