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중 공포 주범 난기류, 더 심해진다

배우 매튜 맥커너히, 최근 독일행 비행기서 ‘아찔 경험’

맑은 하늘에 생기는 ‘청천난기류’…예측 불가해 위험 ↑

할리우드 배우 매튜 맥커너히는 지난달 1일 독일행 루프트한자 비행기 안에서 가슴 쓸어내리는 일을 경험했다.

아내 카밀라 알베스 맥커너히와 텍사스를 출발해 독일로 향하던 중 비행기가 갑자기 강한 난기류를 만나 4000피트(약 1220m)를 수직 강하한 것이다.

맥커너히는 포도주잔이 순식간에 공중에 붕 떴다가 바닥에 떨어져 와장창 깨지는 걸 눈 앞에서 목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맥커너히의 사례를 예로 들며 최근 강력한 난기류로 부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생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원래 비행 도중 난기류를 만나더라도 부상자가 생기는 건 드문 일이다. 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난기류로 다친 사람은 163명으로, 주로 비행 중에 서 있는 승무원들이다.

영국 레딩대학교의 대기과학 교수인 폴 윌리엄스에 따르면 난기류는 소용돌이치는 기류가 비행기의 날개에 부딪혀 발생한다. 이때 비행기 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기체가 좌우로 흔들린다. 기압이나 풍향 변화, 한랭·고온 전선 등이 난기류를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난기류 가운데 풍속이나 풍향이 갑자기 바뀌는 돌풍으로 생기는 게 ‘청천 난기류(Clear-air-turbulence)’다. 상층 고도의 구름 없는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발생해 기장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윌리엄스 교수가 공저해 2019년 과학 저널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제트 기류 내 돌풍 발생 빈도는 1979년 이래 15% 증가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기후 변화가 온도 패턴을 바꾸고 있어 이 같은 ‘청천 난기류’가 상층 고도에서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윌리엄스 교수는 북반구 중부의 ‘청천 난기류’ 발생 빈도가 향후 30년∼60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일본 도쿄를 잇는 항공편이 바로 이 ‘청천 난기류’ 위험 지대에 포함된다는 게 윌리엄스 교수의 설명이다.

예기치 않은 ‘불청객’에 맞서 항공사들과 승무원들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 아메리칸 항공 소속이자 조종사 협회 대변인인 데니스 타저 기장은 “30년가량 민간 항공사에서 일했는데 최근 들어 ‘청천 난기류’를 자주 맞닥뜨리고 있다”며 “승무원들도 승객들에게 난기류 상황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메리칸 항공은 실제 지난해 5월 난기류 상황 시 승무원들의 세부 대응 매뉴얼을 업데이트했다.

예를 들어, 강력한 난기류가 발생하면 승무원들은 카트를 고정하고, 뜨거운 음료는 카트 선반이나 바닥에 둔 채 가까운 좌석이나 바닥으로 최대한 빨리 피신해야 한다.

아메리칸 항공과 유나이티드 항공은 조종사들에게 실시간 난기류 보고가 올라오는 ‘스카이패스’ 프로그램 접근권도 줬다. 스카이패스는 기장들의 아이패드에서 진동을 감지해 난기류 정보를 파악한 뒤 인근 비행기들에 실시간 위험 경고를 알리는 프로그램이라고 유나이티드 항공 대변인은 설명했다.

승객들은 난기류 상황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2살 이하 유아와 동반 탑승 시엔 사전 승인된 전용 좌석을 사용하고, 전자기기를 단단히 고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비행기는 그 어떤 난기류에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진 만큼 예기치 못한 난기류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라고 조종사들은 조언한다.

머리를 감싸쥔 승객과 어지러운 객실 바닥 트위터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