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만 타도 힐링”…착륙없는 항공 관광상품 인기

아시아나 A380 투입 비행체험 완판…억눌린 여행 수요 겨냥

법적제약 없어 항공업계 ‘블루오션’ 되나…국제선 운항도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하늘길이 사실상 막힌 상황에서 도착지 없이 출발지로 회항하는 이색 관광상품이 항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억눌린 해외여행 수요를 겨냥한 전략으로 이미 해외에서는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이 실제 관련 상품을 내놓은 데 이어 다른 항공사들 역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어서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 A380. (아시아나항공 제공)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4~25일 두 차례 국내 상공을 약 2시간 동안 비행하는 특별 관광상품을 운영한다. 해당 항공편은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강릉, 포항, 김해, 제주 등 상공을 비행한 뒤 오후 1시20분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여기에는 ‘하늘 위 호텔’이라 불리는 A380이 투입된다. A380은 1,2층으로 구성돼 총 좌석수만 495석에 달하는 초대형기다. 탑승객들은 일반 항공편과 마찬가지로 기내식을 제공받으며, 마일리지 또한 적립할 수 있다. 판매가격은 비즈니스스위트석 30만5000원, 비즈니스석 25만5000원, 이코노미석 20만5000원(세금 포함 총액)이다.

20만~30만원대 형성된 가격에도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판매 개시 반나절만에 아시아나항공 분량의 항공권이 완판됐고, 다음날 이어진 하나투어 상품 판매도 모두 팔렸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항공여행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해 이번 특별상품을 구상하게 됐다”며 “다행히 반응이 좋아 추가 운영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에어부산은 지난달 국내 업계 최초로 도착지 없는 관광 비행 상품을 대학생 교육을 위해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위덕대 항공관광학과 학생 70여명이 김해국제공항에서 항공기에 올라 포항, 서울, 광주, 제주 하늘을 비행한 뒤 김해공항으로 돌아왔다.

에어부산은 일반인을 대상으로도 이 상품을 도입할 방침이다. 국내 동해 상공 또는 에어부산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대만 등 근거리 국제선 노선이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의 경우 기내 면세품 판매까지 검토 중이다.

도착지 없는 비행체험 상품은 이미 해외에서는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지난달 19일 대만 중대형 여행사 이지플라이와 항공사 타이거에어가 선보인 ‘제주 가상출국여행 얼리버드 상품’을 통해 대만관광객 120명이 제주 상공을 구경하고 돌아갔다.

대만 중화항공 역시 항공기 콕핏(조종칸) 투어 및 2시간 가량의 대만상공 선회 프로그램을 선뵀으며, 에바항공은 타이베이 타오위안 공항을 출발해 일본 류쿠 상공을 선회한 뒤 돌아오는 비행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같은 이색 상품은 코로나19로 전 세계 항공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성공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꼽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해외 여행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의 수요를 잘 활용했다는 평가다.

현재 대한항공,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다른 항공사들 역시 해당 체험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제주항공의 경우 에어부산과 마찬가지로 항공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습 비행을 실시한 뒤 일반인 대상 상품 출시를 논의 중이다.

이미 일부 항공사는 국토부 등에 인가를 위한 문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사업법상 한 지점을 이륙해 중간에 착륙하지 않고 정해진 노선을 비행한 뒤 출발지로 돌아오는 비행은 ‘관광비행’으로 분류돼 법 위반사항이 아니다. 국내서도 이미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수요가 입증된 만큼 관련 상품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항공사 입장에선 상품 구성과 그에 따른 가격책정도 고민해야할 부분이다. 특별한 상품 구성 없이 일반 국제선 운임을 기반으로 한 가격이 책정될 경우 오히려 고객들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행 체험 상품은 단발적 성격이 커서 실질적으로 경영환경 개선에 도움을 줄지는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로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항공업황을 개선하는 데에는 분명 긍정적 영향이 있어 항공사들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관광객들이 19일 타이베이공항을 출발 목적지인 제주공항에 착륙하지 않은 채 제주 상공을 선회한 뒤 대만으로 다시 회항하는 항공편 체험상품인 ‘제주 가상출국여행’에 참여해 항공기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2020.9.20/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