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17세기 갈릴레오 메모, 알고보니 가짜

미시간대 도서관 “목성 위성 발견 메모는 20세기 위조품”

가짜로 드러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목성 위성 발견 관련 메모
가짜로 드러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목성 위성 발견 관련 메모 미시간대 도서관 웹사이트

이탈리아의 천문학자이자 철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1564~1642년)는 1610년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다 목성 주위에서 깜빡거리는 여러 개의 밝은 물체들이 밤마다 위치를 바꾸는 모습을 포착했다.

목성 주위를 회전하는 위성의 발견은 모든 것이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고정관념을 뿌리째 흔들며 지동설에 힘을 싣는 데 일조했다.

미시간대학 도서관은 이같은 위대한 발견의 순간이 담긴 ‘갈릴레오 메모’를 기증받은 뒤 수십년 간 이를 소장품 중 최고 보물 중 하나로 애지중지해 왔다.

미시간대 도서관은 17일 자체 조사 결과 자신들이 소장한 갈릴레오의 목성 위성 발견 주석격인 이 메모가 실은 20세기에 만들어진 위조품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서관측은 지난 5월 조지아주립대학 역사학자 닉 윌딩이 이 메모의 진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자 조사에 착수해 수개월간의 검토 끝에 이 작품이 가짜라는 결론을 내렸다.

현재 갈릴레오 전기를 쓰고 있는 윌딩은 1610년 갈릴레오가 쓴 논문으로 알려진 유물이 위조라는 증거를 제시하는 등 가짜 갈릴레오 작품들을 파헤친 전례가 있다.

윌딩은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사진을 통해 메모를 접한 뒤 일부 글자 형태와 단어 선택이 어색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메모의 상단과 하단이 각각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기록된 것으로 여겨짐에도 잉크 색깔에 큰 차이가 없는 것도 께름칙했다.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 그는 이탈리아에는 이 메모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메모는 1934년 경매에 처음 등장해 디트로이트의 한 사업가에 팔렸다가 그가 1938년 사망하면서 미시간대에 기부됐다.

경매 일람표에는 이 메모가 1931년 사망한 이탈리아 피사 대주교 피에트로 마피 추기경에게서 진본임을 인정받았는데, 마피 추기경은 이 메모에 포함된 서명을 자신이 소장한 갈릴레오의 문서 2개의 서명과 비교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마피 추기경이 소장한 문서는 20세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활동한 악명높은 위조범 토비아 니코트라에게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메모가 원본임을 입증한 문건이 위조품이라는 것이다.

또한, 메모가 적힌 종이의 워터마크 역시 1770년대 이전에는 사용된 적이 없다는 것도 이 메모가 가짜임을 뒷받침했다고 NYT는 전했다.

돈나 L.해이워드 미시간대 도서관 임시 관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소장한 갈릴레오 메모가 사실은 진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가슴이 미어졌다”면서도 “도서관의 목적은 지식을 늘리는 것인 만큼, 우리는 이 작품이 위작임을 솔직히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